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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글 쓰는 것이 직업인지라 나는 주로 낯선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난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보는 이들과 보내는 하루는 꽤나 즐겁다. 내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는 인간이든 일단 한번 배낭을 둘러멘 이상 다 똑같은 ‘여행자’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로부터 벗어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여행’을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싶어 떠나간 여행에서 뜻밖의 복병을 만날 때도 있다. 바로 여행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여행 꼰대’들이다. 인도와 스리랑카 등지를 다니며 많은 여행자들을 만났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중에도 꼰대들은 있었다. 이들은 주로 사람 좋은 얼굴로 접근해 적당히 친해진 뒤 상대방이 경계를 풀었다 싶을 때쯤 듣는 이의 여행을 까내린다.
“아가씨, 그 나이에 그렇게 여행만 해가지고 시집이나 가겠어? 그리고 기왕 여행을 갈 거라면 좋은 나라로 가야지. 이렇게 후진데서 3개월이나 보내면 어떡해.” 이런 ‘걱정’을 가장한 ‘오지랖’에 채찍질 당한 날엔 나도 모르게 기분이 땅바닥에 패대기쳐진다. 내가 여행을 떠나온 이유와, 이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다.
이런 사람은 연로한 여행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엔 소위 ‘여행 좀 다녀봤다’며 거들먹거리는 젊은 여행자들 역시 포함되는데, 상대방이 계획한 여행 일정표를 보며 “이걸 왜 이렇게 짜셨어요?”라고 말한다거나 혹은 “여행은 고생을 좀 해야 제 맛이죠”라며 금전적으로 편히 생활하는 여행자를 폄훼한다거나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나온 여행에서, 왜 본인의 생각과 방식이 다르단 이유로 상대방을 일일이 가르치려 드는 건지. 이렇게 이기적인 사고로 여행을 하다 보면 결국엔 또 본인만의 세계에 갇혀버리고 만다.
여행은 타인과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문화가 되었든 종교가 되었든 간에 말이다. 우선 나와 타인과의 차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여보자.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고집을 꺾고 타인에게 가슴을 여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여행에 아주 깊숙이 빨려들어가게 될 것이다. ‘여행 꼰대’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 이 땅의 예비여행자들이 배낭 안에 꼭꼭 싸짊어지고 가야할 필수 여행 준비물이다. 서현지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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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여행, 다름을 인정하는 것](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9/20170901.0101607414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