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그들의 문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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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2  |  수정 2017-09-22 07:54  |  발행일 2017-09-22 제16면
[문화산책] 그들의 문화 속으로
서현지 <여행칼럼니스트>

배낭을 싸기 전 검색창에 반드시 검색해보는 단어들이 있다. ‘날씨’ ‘물가’, 그리고 ‘종교’다. 첫 여행지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우려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인도를 처음 갔던 스물 셋. 워낙 종교색이 짙은 나라라 출국 전부터 문화와 종교에 대해 공부를 했다. 각종 도서와 검색, 그리고 선배 여행자들의 경험담이 줄줄이 올라와 있는 여행 카페 등을 탐독하며 머릿속에 인도에 대한 지식을 채워 넣었다. 하지만 아무리 선행학습을 했다고 해도 놓친 부분이 상당했다. 가장 흔한 예로는 바로 ‘옷차림’이다.

당시 나는 낮 시간에 입을 용도로 반팔 티셔츠와 민소매 옷들을 챙겨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원을 방문했을 때 예상치 못한 봉변을 당했다. “헤이!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격앙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한 인도인. “넌 지금 우리의 신을 모독했어!” 나는 황급히 고개를 내려 몸에 걸친 것들을 봤다. 그때 내가 입고 있었던 것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바지와 검은색 민소매 상의. 도무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는 차림새에 되레 당황한 건 나였다. “왜요? 뭐가 잘못 됐나요?” 나는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고, 몇 번을 더 길길이 날뛰던 그 인도인은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다른 인도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인도 사원에서 여성이 어깨나 무릎 등을 훤히 드러내는 행위는 상당히 파격적인 짓이었다는 사실을. 이런 실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책을 통해, 여행자들의 경험담으로 어느 정도 선행 학습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여행지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진짜 인도’는 글이나 사진으로 본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이 일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여행을 떠난다는 건, 내가 그 나라의 문화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옷가지를 챙기는 물리적 행위 이외에도 그 나라 사람들의 정신과 종교, 그리고 생활 방식을 이해하고 내가 그것들을 존중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는 아주 중대한 사실을 말이다.

그 나라에 대해 아무리 공부를 했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자잘한 실수들을 연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수를 좀 하면 어떤가. 그저 지적을 당하고 주의를 들었을 때 그것을 바로바로 받아들이고 고쳐나갈 마음만 있다면 그 여행은 아마 충분히 나름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다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한 번 배낭을 짊어진 이상, 우리는 이방인으로서 그 나라의 생활방식을 따라야 할 어떤 의무가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서현지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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