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영화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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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7  |  수정 2017-09-27 08:04  |  발행일 2017-09-27 제23면
[문화산책] 영화와 메시지
김현정 <영화감독>

설교하거나, 설득하거나. 모든 영화는 방식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가치 편향적이다. 정치적 색깔, 종교, 인간관계, 성적 취향, 도덕성 등 다양한 논쟁에서 영화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 쪽으로든 각각의 작품은 그것이 선호하는 것들에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것들에 불쾌감을 드러낸다. 그러한 선호 여부는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 즉 주제가 된다.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취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주인공과 상대역의 설정, 행위와 대사, 연기 톤, 내레이션, 음악 등 연출자는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이용해 극적 소재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전달한다.

하지만 관객이 영화 속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대부분의 극영화는 이야기 속 메시지를 영화적 비유와 상징을 통해 함축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많은 요소들이 하나의 관점을 향해 구성되지만, 그것은 직접적이지 않고 관객은 자신의 배경지식과 나름의 판단으로 메시지를 발견해야 한다.

영화에서 다루는 대립의 범주가 다양해지면서 감독의 관점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국가나 정치적 가치가 우선시되었던 과거에 비해 이제 개인의 문제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고 가치 대립은 훨씬 더 복잡해졌다. 영화 속 인물들의 선과 악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며 어느 한 쪽을 명확히 선으로 규정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관객은 감독이 하나의 관점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혼란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작품의 주제나 가치 판단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오락 위주의 작품은 메시지 측면에서 꽤 위험할 수 있다. 스타 배우가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그가 맡은 역할에 무작정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 것처럼, 쾌감과 감각을 자극하는 작품은 대개 관객이 메시지 판단을 유보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작품을 그릇된 메시지로 이해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메시지에 대한 판단을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관객은 영화뿐 아니라 자신과 관계된 문제에도 둔감해질 수 있다.

영화를 오락거리로 즐기고 싶거나 직관적으로만 느끼고 싶은 관객들은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읽으려는 시도가 매우 번거롭고 그들의 자유를 박탈한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게다가 메시지가 강하지 않은 영화까지 작품의 주제를 찾으라 한다면 그 거부감은 극에 달할 것이다. 영화는 교과서도 아니고, 시험도 아니다. 다만 영화는 삶의 일부이자 삶 그 자체이다. 영화를 보고 그것의 메시지를 찾는 것은 영화를 보는 당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의미와도 같다. 간혹 우리가 어떤 영화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지 못하고 화를 낼 때조차도 우리는 잊고 있었던 삶의 동력을 깨닫는다. 영화가 주는 진짜 메시지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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