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그곳에 있을 때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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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7  |  수정 2017-10-27 07:49  |  발행일 2017-10-27 제20면
[문화산책] 그곳에 있을 때 즐기세요
서현지 <여행칼럼니스트>

출국 전,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생각한다. ‘여행지에서만큼은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실컷 즐기다 와야지!’. 이것은 치열하게 살아온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라고 볼 수 있다. 평소 주머니 사정 걱정하느라 차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여행지에서나마 마음껏 즐기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하면 처음 다짐과는 달리 지갑 여는 것을 꺼려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겠다던 그 다짐은 여행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내가 너무 사치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자기반성으로 이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첫 인도 여행을 시작했던 스물 셋 시절. 워낙 알뜰하게 살던 대학생 시절이라 그런지 여행지에서 끊임없이 지갑을 여는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하루 세 끼 밥 먹는 것에서부터 숙소 비, 물 값, 심지어 두루마리 휴지 하나조차 모두 돈을 주고 사야 하다 보니 ‘이렇게 막 쓰면서 여행해도 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간식이 생겨도, 입어보고 싶은 옷을 발견해도 그저 ‘아냐, 낭비하지 말자’ 하며 마음을 다잡았고 기차 칸도 가장 낮은 등급으로, 숙소도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곳을 위주로 고르곤 했다. 인도를 떠나올 때 나 자신을 위한 기념품조차 제대로 사온 것이 없을 지경이니 어느 정도로 아끼며 여행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그런데 이렇게 아끼는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더니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귀국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아, 그때 그거 먹어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를 하기 시작했고, 이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할 나위없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생각해보면 그 돈이 몇 푼이나 한다고. 다 합쳐서 몇 만원도 안 되는 그 돈 아끼겠다고 너무 많은 경험과 기억들을 놓쳐버린 것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아등바등 여행할 필요는 없었는데, 바보같이.

그래서 나는 여행을 앞둔 예비 여행자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당부하고 싶다. 아끼며 여행하는 것도 물론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어차피 큰 맘 먹고 떠나간 이상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을 억지로 참아가며 여행하지는 말라는 것. 불필요한 사치는 지양하되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즐기며 여행해도 된다는 사실을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여행. 그대가 지금 그곳에 있을 때 마음껏, 원 없이 즐겨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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