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합창합시다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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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2  |  수정 2017-11-02 07:58  |  발행일 2017-11-02 제25면
[문화산책] 합창합시다Ⅰ
심은숙 <대구시립합창단 부지휘자>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첫날’ ‘첫인상’이었다. 10여 년간 강의를 하였어도 강의를 하는 첫날은 가장 설레고 또 조심스러운 만남의 시간이었다. 내가 맡았던 대다수 강의는 교양음악 강좌였기 때문에 학기에 따라서 적게는 40여명, 많게는 100여명의 학생과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로 수강 신청을 했다. 특히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비전공자들은 서양 음악을 알고 싶어서, 클래식 음악이 좋아서, 교양인이 되는 것 같아서 등 나름의 생각들을 가지고 강의실에 모여 있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들의 최종 목적은 학점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첫날 던진 나의 첫 질문은 “여러분에게 음악은 무엇입니까?”였다.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음악’이 진심으로 궁금하기 때문이었는데, 그들 각자의 대답은 아주 흥미롭게 쏟아져 나왔다.

아주 교과서적인 대답이 나올 법도 한데 그들에게 음악은 편안함, 행복, 아름다움, 희로애락, 릴렉스, 표현, 감동, 기쁨, 이성이 잠시 조는 상태, 내 삶의 활력소,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신이 주신 선물 등이었다.

수직적 관계보다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고 싶었던 까닭에 첫 강의는 그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가장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음악적 행위는 바로 ‘노래’라 생각했고 앉아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네 개의 그룹을 만들었다. 몇 개 음정을 각각 그룹별로 차례로 부르게 연습을 한 다음 한꺼번에 동시에 소리를 내도록 했다. 그다음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고향의 봄’의 가사를 스크린을 통해 보여 주었다. 곡의 전주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한목소리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며 애잔함과 그리움의 느낌을 가지고 다함께 노래했다. 짧은 시간의 간단한 시도였지만 이미 나와 그들 그리고 우리와 음악은 ‘합창’이라는 아름다운 실타래로 서로 촘촘하게 짜여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했던 것 같다.

독일계 프랑스 의사이면서 신학자이자 음악가였던 알버트 슈바이처는 “인성은 신이 내린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 했다. 합창은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재료로 하여 자신과 상대방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다 같이 소통하며 화합하는 하모니다. 이것을 세상에 알리는 순간 음악은 기쁨이 되고 감동이 되고 예술이 되는 것이다.

합창은 성악 전공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성역이 아니다. 연령이나 성별, 교육의 유무 등에도 크게 제한을 받지 않는다.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노래로 합창으로 마음껏 부르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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