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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폴락’에서 진행된 독립출판물 축제 ‘아마도 생산적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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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색있는 북 큐레이션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고스트 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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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으로 활용되는 동네 서점 ‘시인보호구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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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 가까이에 위치한 동네 서점 ‘읽다 익다’ |
스마트폰 하나로 쉽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시대. 인터넷 검색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고, 필요한 자료가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 서점은 사람들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어릴 적 동네서점은 누군가를 기다리던 만남의 장소였고, 새 학기가 되면 참고서를 사기 위해 꼭 찾던 곳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넘어 전자책까지 나오고,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사라져가던 동네서점이 부활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 밀착형 서점으로 새롭게 태어난 셈이다. 동네서점 직원인 다구치 미키토는 책 ‘동네서점’에서 “지역과 책의 접점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서점의 필요성은 확실해진다”고 말했다. 대구 곳곳에 있는 동네서점을 찾아 도심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대형 서점과는 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맞춤 책 ‘북큐레이션’
‘책은 많은데 왜 내가 보고 싶은 책은 보이지 않을까’ ‘도서검색대에서의 검색은 왜 이리 힘들까’ ‘점원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점원은 왜 저렇게 바쁠까’. 큰마음을 먹고 대형 서점을 방문하지만 가끔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 작가의 책이 나열되어 있거나 베스트셀러를 진열한 서가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동네서점은 그런 점에서 다르다. ‘이런 책이 언제 나왔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보는 독립출판물부터 드로잉 서적, 항공우주 관련 서적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정렬 방식을 넘어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책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동네서점이다. 이 같은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은 동네책방의 필수 요소이자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책의 수량도 적고 종류도 얼마 없다. 특별한 기준도 없다. 서점 주인의 취향이 곧 기준이고 서점의 색이 된다. 책방 주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책을 선정해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권한다. 어려워 보이는 주제여도 망설일 필요는 없다. 기초 단계부터 접할 수 있는 책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미술·디자인·항공우주·독립출판물 등
흔한 정렬방식 넘어 ‘북큐레이션’이 필수요소
관심분야 입문서부터 단계별로 책 추천하기도
독서토론·저자와의 만남·공연·전시도 마련
시낭독 등 다양한 모임으로 동네사랑방 역할
최근 맥주 마시며 책읽는 ‘북맥’ 빠르게 퍼져
‘고스트 북스’(대구 중구 교동)는 특색있는 북 큐레이션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곳은 주로 해외 미술과 디자인, 우주과학 등의 교양과학 인문 서적을 갖추고 있다. 독립출판물도 꽤 많이 있으며 일반 단행본도 볼 수 있다. 미술과 우주과학 분야의 책을 선정한 이유는 책방 주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책방 주인 류은지 고스트 북스 대표는 “일반 서점과는 다르게 우리 서점은 관심 분야에 한층 더 올라갈 수 있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당 분야 초보자를 위해선 입문서부터 단계별로 책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스트 북스는 북큐레이션과 함께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진메이킹 클래스와 라이팅 앤 드로잉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진메이킹 클래스는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 보는 과정이며, 라이팅 앤 드로잉은 자신이 직접 한 장의 엽서를 만들어 보는 과정이다.
◆서점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동네서점 방문은 책만 사서 나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동네서점은 이제 새로운 문화 공간이 됐다. 책과 관련된 독서토론회와 강좌, 저자와의 만남 등이 열린다. 또 음악 공연과 전시도 펼쳐진다. ‘당신의 호작질을 응원합니다’라는 모토의 ‘더 폴락’(대구 중구 북성로)은 지역에서 인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다. 2012년 대학교 동기 5명의 재미있는 상상으로 출발한 이곳에서는 책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하고 인디 뮤지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호작질’이란 아이가 하는 손장난을 일컫는 경상도 방언이다. ‘호작질’을 지원하고 ‘호작질’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플랫폼도 제공한다. 2013년부터는 ‘폴락이다’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인디 뮤지션을 초청해 공연과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라는 이름의 소규모 축제를 열어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창작자가 직접 독자와 만나 책에 대해서 설명하고 책을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클럽활동’을 통해 영화와 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활동하기도 한다.
시인보호구역(대구 북구 칠성동) 역시 동네서점이면서 예술·인문 공동체를 표방하는 곳이다. 지역 예술인을 보호한다는 슬로건 아래 문학·미술·음악 등 다양한 협업이 펼쳐지고 있다. 음악 공연이 열리고 캘리그래피 전시도 열린다. 시낭독회, 문화기획, 디자인, 기획전 등 지역 문화 전반을 아우르려고 한다. 정훈교 시인보호구역 대표는 “우리 지역 곳곳에 있는 예술가와 그들의 활동 및 문화를 알리고 싶은 목적으로 우리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언제나 들를 수 있는 ‘동네 사랑방’
예전과 달리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동네서점은 말 그대로 동네에 있는 서점을 말한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의 역할도 하고 있다. 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 ‘서재를 탐하다’와 수성구 신매동 신매공원 골목에 위치한 ‘읽다 익다’는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재를 탐하다’는 ‘어린이 함께 읽기’ ‘인문 독서 모임’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읽다 익다’ 역시 ‘시 낭독하기’‘엄마 인문학 모임’ ‘드로잉 모임’ 등의 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 오은아 읽다 익다 대표는 “동네서점은 우리의 삶 속에 들어가 책과 문화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모인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런 공간”이라고 말했다.
◆커피, SNS, 맥주까지
북카페는 이미 동네서점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고스트 북스’ ‘시인보호구역’ ‘서재를 탐하다’ ‘읽다 익다’ 모두 커피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북카페를 넘어 ‘맥북’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맥북이란 맥주와 책의 합성어로 서점이나 북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독서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서울·부산·춘천 등의 지역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명소다. 지난 8월 대구 중구 삼덕동에 문을 연 ‘스튜디오콰르텟’ 역시 북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북맥과 함께 북큐레이션·카페·공연 등도 이뤄진다. 빠르게 증가하는 동네서점의 필수 조건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대부분의 서점이 책부터 인테리어까지 개성있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SNS 인증용으로도 인기가 있다. 서점들도 SNS를 통해 영업시간을 공지하는 것은 물론 신간 소개와 이벤트 등에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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