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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여행하면서 와인을 좋아하게 됐고 지금은 와인에 푹 빠져 와인 바를 오픈하기 위해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게 꾸미는 일에 힘들어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가게 일을 도와주고 저녁이면 같이 여러 종류의 와인을 음미하면서 전문가의 와인 이야기를 들으니 더 풍부하고 깊은 맛을 느끼는 듯했다. 와인의 세계는 미술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와인은 같은 품종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끼리는 일종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점이 있다. 미술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소장하는 사람들처럼 유대감을 가지게 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먼저 발견하고 작품을 소장해서 세상에 알리는 기쁨처럼 둘은 너무나 닮아 있는 듯하다.
한 병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지역의 토양과 잘 맞는 좋은 포도의 품종을 연구하고, 한 해의 잘 가꾼 농사로 정성 들여 와인을 만들고 나면 긴 시간 동안 숙성과정을 거쳐야만 좋은 와인을 만날 수 있다. 미술도 자연이 가지는 물질로 작품을 만들고 이를 숙성시키는 창작 과정이다. 지역과 나라별로 다른 토양에서 자라는 포도의 품종과 농장에 따라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제조방법으로 수없이 많은 종류와 다른 맛의 와인을 음미하고 좋은 와인을 발굴하는 것도 마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다. 미술과 와인은 공통적으로 지쳐있는 우리 삶의 긴장을 완화해주고, 삶을 풍요롭고 의미있게 해준다.
와인 병의 라벨에도 많은 역사와 문화와 예술이 담겨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라벨에 세계적 작가의 작품들이 표현돼 있다. ‘샤또 무똥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라는 와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료와 함께 찾아온 평화를 축하하기 위해, 로쉴드 남작이 처칠이 전쟁 중 승리의 의미로 사용했던 ‘V’ 자에 기초한 디자인을 젊은 화가 필립 줄리앙에게 요청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이 의식은 로쉴드가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1946년 이후부터 매년 라벨에 사용할 새로운 작품이 현대 화가들에게 주문했다. 조르주 브라크,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후안 미로, 바실리 칸딘스키 등 세계적 예술가의 명작을 라벨에 담아왔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중국과 일본에 이어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국내선 처음으로 프랑스 유명 빈티지 와인 ‘샤또 무똥 로쉴드 2013’의 라벨에 그려지기도 했다.
현대인들의 감각과 감정은 순간적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영원하기도 하다. 와인의 향에서 순간적이면서도 영원한 감정이 느껴지듯이 미술과 와인에 조금 심취하면 또 다른 삶의 풍요를 느낄 것이다. 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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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과 와인](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12/20171218.0102208085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