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을 먹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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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0  |  수정 2017-12-20 08:02  |  발행일 2017-12-20 제25면
정연우 (밴드 레미디 리더)
정연우 (밴드 레미디 리더)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 소위 예술인입니다. 밴드·록음악을 예술로 인정한다면요. 사회와 시민들의 인식이 정말로 좋아지고는 있지만, 사실 아직도 저희는 꽤 많은 분들께 세상의 주변인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저희를 ‘딴따라’라고 부르는 분도, 예술을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사치, 허영으로 인식하는 분도, 삶과 동떨어진 남의 것으로 인식하는 분도 여전히 있습니다.

부당한 대우도 받습니다. 공연 중에 ‘가수 바꿔라’라는 얘기도 듣고, 허락도 없이 저희 장비를 두들기는 분들도 종종 뵙습니다. 취중에 허리춤에 찔러주는 몇 만원을 저희가 감사만 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많고요. 감사한 일이지만, 진짜 받고 싶은 것은 ‘공정한 대우’입니다.

음식, 옷, 집, 차…. 많은 분들이 가치를 인정하는 그것들,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요. 휴대폰은 어떠한가요. 매일 마시는 커피는요. 그런 것들을 ‘사람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저는 거기에 ‘예술’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제가 아주 어릴 적 가난한 시기에도, 저의 성장기 시절 한국 경제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룰 때에도, 어려운 IMF 외환위기를 지나 잠깐의 경제 호황기와 장기적 경기 침체기를 지날 때도 늘 듣던 얘기입니다. 언제 ‘먹고’ 살기가 좋아질까요. 오히려 지금의 이 방식으로는 먹고 ‘살기’가 좋아지는 것이 더욱 힘든 일은 아닐는지요.

식상하겠지만 음식이 몸을 살찌우는 것이라면, 예술은 영혼을 살찌우는 것이라는 표현보다 더 훌륭한 비유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시대는 부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이 부를 누리고 나누느냐의 문제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버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제대로 쓰느냐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일 테고요.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많은 부분을 예술이 덜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유흥을 위해서는 수백만원의 돈을 쓰면서 2만원 공연티켓 한 장, 1만원 CD 한 장을 사는 것을 아까워하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1천명의 팬이 한명의 음악인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 250만명의 대구시민 중 100만명만 관심을 가져도 1천명의 음악인·예술인이 만들어내는 ‘마음을 살찌우는 양식들’을 나눠 먹을 수가 있습니다. 저희부터 먼저 좀 더 치열해져야 하겠지요. 저희는 이제 준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지요.

정연우 (밴드 레미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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