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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숙<대구시립합창단 부지휘자> |
얼마 전 어느 송년 음악회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주 시작 종소리를 듣고 객석에 들어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대형으로 의자가 정렬되어 있는 무대 위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첼로 케이스가 무대 중앙에 있는 것이었다. 무대계 담당자가 분명히 체크를 했을 텐데….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지만 곧 단원들과 지휘자가 무대로 나오고 연주는 그렇게 바로 시작되었다. 그제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날 첫 연주가 하이든의 ‘교향곡 제45번 <고별>’이라는 걸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하이든이 음악감독으로 있던 궁정 악단은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소유였기에 언제나 그를 위한 음악을 연주해야만 했다. 휴가 기간만큼은 쉬고 싶어 했던 단원들의 마음을 대변해 하이든은 재치 있는 곡을 계획했다. 자기 파트 연주를 마친 단원들이 하나, 둘 악보를 들고 무대 뒤로 퇴장을 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남은 단원마저 연주 후 보면대 위의 촛불을 끄고 퇴장하도록 기획된 음악회였다. 어둡고 텅 빈 무대를 본 후작은 단원들의 마음을 읽고 모두에게 여유 있는 휴가를 주었다.
하이든이 활동하던 시기는 240여 년 전으로, 그 당시 클래식음악계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이런 연주가 상식적인 방법으로 이해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며칠 전 그 연주회장에서도 그런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자신의 연주를 끝낸 단원들이 하나둘씩 악보를 들고 무대를 나갔다. 물론 그 첼리스트도 자신의 파트를 연주한 후 악기를 케이스에 넣고 유유히 나갔다. 이 교향곡의 제목 ‘고별’처럼 2017년의 마지막을 향해 인사하듯 사라진 무대를 향해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내었다.
몇 해 전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지휘자 강마에가 한 말이 생각난다. “이 곡은 연주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들이 나에게 어떤 음악으로 다가오는가 느껴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음악은 여러분 주변에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연주된 ‘4분 33초’라는 존 케이지의 작품은 “연주자는 어떠한 음도 연주하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책장만 넘겨야 한다”고 작곡가가 악보에 지시해 놓은 곡이다. 침묵의 연주가 있는 4분33초 동안, 그 장소에서 들리는 온갖 소리, 즉 객석에서 나는 재채기 소리, 부스럭대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등의 조합이 결국 음악이라는 것이다. 소리가 없는, 그러나 소리가 있는 음악. 우리의 상식을 깨는 이 곡은 1952년에 작곡된 ‘우연성의 음악’의 대표 작품이다.
들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다는 뜻을 가진 이청득심(以聽得心)처럼, 음악에 있어서도 고정관념을 떨치고 작곡가나 연주자들의 의도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심은숙<대구시립합창단 부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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