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작 -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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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2 10:00  |  수정 2018-01-02 11:36  |  발행일 2018-01-02 제28면
노를 힘껏 당기듯, 서툴게나마 앞으로 나아갑니다
20180102
임채묵

태평양 어느 섬에서 외씨처럼 길쭉한 카약을 물로 밀어넣던 순간에 당선소식을 들었다. 카약 안에 미리 태워 둔 일곱살 아들이 망연히 바다만 보고 서있는 나를 흔들며 빨리 가자고 보챘다. 바다를 껴안을 수는 없어서 아들을 껴안았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눈 앞에 바다가 파랬고 카약이 물결에 흔들렸다.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을 만들기 위해 빠르고 정확하게 살 것을 요구받는다. 잘 되지 않아 어려울 때가 많다. 다행히 내가 만든 것들은 나보다는 빠르고 정확한데 그래서 밥은 먹고 살지만 밥만 먹고 사는 것 같을 때가 많았다.

틈틈이 썼다. 전철에서 버스에서 혹은 밥먹다가, 떠오르는대로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수신인은 항상 나였다. 낮에 보낸 문장들을 밤에 받아 이었다. 문장들은 그러나 대부분 지워졌고 개중 몇 개만 오래된 발자국처럼 남았다. 매일 그것들을 돌아보며 겨우 한발씩 내디뎠다.

작은 카약에 노 하나 들고 앉아 태평양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막막하고 두렵다. 노를 저으면 배가 나간다는 사실 말고는 아는 게 없다. 어느 정도 힘으로 저어야 하는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왜 가려고 하는지... 다행히 바다는 나의 조바심에 관심이 없다. 저만치에서 아름답고 웅장하게 출렁이고 있을 뿐이다. 서툴게나마 물에 노를 박고 힘껏 당겨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부족한 글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영남일보에 감사드린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글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이만교 선생님과 글쓰기공작소 동인들께 감사드린다. 첫 걸음을 뗄 수 있게 도와주셨다. 아직 걸음마 단계라 계속 감사드릴 예정이다.

내가 쓴 모든 글의 첫 독자가 되어준 아내 승희에게, 책과 토론과 따뜻함을 선물해주시는 장인·장모께도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병상에서 생의 한고비를 힘겹게 넘고 있는 어머니와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아버지께 사랑한다고,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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