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작은 연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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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4  |  수정 2018-01-04 07:53  |  발행일 2018-01-04 제24면
[문화산책] 작은 연주는 없다
박소현<피아니스트>

작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스타 연주자와 세계 유수 악단들이 대구를 방문하였고, 성황리에 공연이 이루어졌다. 지난 5월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2015년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을 비롯해 많은 공연이 매진되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일반 청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좋은 연주를 대구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연주자로서 참으로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들었던 아쉬운 생각은 특정 공연, 특히 대형 기획공연에만 쏠리는 관심과 티켓 매진 현상이 작은 규모의 연주에까지 더 고르게 분포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대구에서만 한 해에 기획되고 연주되는 공연이 수백 회에 이른다. 한 회의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연주자가 쏟는 노력과 시간은 누구의 것이 더 대단하고 더 소중하다고 할 수 없다. 연주자 개개인의 피와 땀이 오롯이 녹아있기에 규모의 차원을 떠나 그 어떤 공연도 허투루 흘러간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런 노력에 비해 지역 음악가 공연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하거나 혹은 차갑다고 생각된다.

귀국 1년차를 맞이한 연주자로서 지난해 독주회를 한두 차례 준비하며 받은 질문 중 가장 놀랐던 것이 “그 연주회에 제가 가도 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대대적으로 홍보하거나 대규모의 공연이 아닌 개인의 공연은 지인이 아니고서는 가기 껄끄럽다는 게 일반 청중의 대체적인 시각인 것을 깨닫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유학 시절, 동네에서 열리는 아주 작은 콘서트에도 일면식 하나없는 동네 주민이 쉽게 와서 듣고 가던 광경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물론 문화권이 다르고, 그러한 공연관람문화를 그들도 하루아침에 이루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과 노력에 의해 정착된 것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크고 작은 공연이 범람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주를 준비하며 ‘작은 무대는 있지만 작은 연주는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공연을 관람하는 청중에게만 부담 없이 연주장을 찾아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는 연주자 또한 그 어떤 무대라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새겨야 할 조언이 아닐까?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인구 대비 가장 많은 공연장을 가지고 있고, 좋은 공연장이 가득한 대구다. 누구든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관람문화가 정착되기를 소망해본다.

박소현<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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