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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선<연극배우> |
트로트 반주음악을 엔진 삼아 달려가는 시골버스. 버스 기사님의 선글라스에서 위엄이 느껴진다. 버스 안은 소백산 단풍구경을 가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데 창밖으로 보이는 들판은 농부들의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멀리 소백산 능선이 매끈하게 드러나는 청명한 날씨는 놀러 가기에도, 일하기에도 딱 좋은 날이다.
시골버스는 40분을 달려 영주 단산면 농협 정류장에서 한 여자를 내려준다. 버스에서 내린 여자는 작은 배낭을 메고 허리 높이까지 오는 은색 캐리어를 달달달 끌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작은 구멍가게가 보인다. 가게 문이 열리면서 한 아이가 가방을 흔들며 뛰어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저기, 아가~ 옥대초등학교가 어디야?”
“저 아가 아닌데요. 저 따라오세요.~”
여자는 달달달 캐리어를 끌며 아이를 놓칠세라 열심히 따라 걷는다. 아이에게 말을 좀 붙여보고 싶지만 아이의 걸음이 워낙 빠르다. 5분이나 걸었을까. 작은 학교 교문이 나온다. 옥대초등학교 명패가 붙어있다. 여자는 그제야 밀려오는 긴장감에 깊은 숨을 내쉰다. 앞서 걷던 아이는 어느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여자는 학교 중앙현관에 들어선다. 수업 중이라서일까, 여자가 끌고 오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학교는 정적이 감돈다. 현관에서 오른쪽으로 꺾자마자 교무실 명패가 보인다. 여자는 호흡을 가다듬고 교무실 문에 노크를 한다. 안쪽에서 사람의 기척소리가 들린다. 조심스럽게 교무실 문을 열자마자 한 분이 맞아준다.
“아이고~ 배우님~ 이 촌동네까지 우째 잘 찾아오셨네예~ 어서 오이소.”
“안녕하세요, 통화로 인사드렸던… 연극 공연하는 둥둥이라고 합니다.”
“네~ 알지요. 딱 보니까 배우님이시네~ 일단 앉아서 한숨 돌리소. 커피 한잔 드릴게예.”
“고맙습니다~ 학교가 참 아담하고 예쁘네요. 동네도 그렇고.”
“이뿌기는요, 워낙 쪼매난 학교지요. 전교생 48명밖에 안 됩니다. 그래도 우리 아들이 정말 착하고 건강합니다. 우리는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여까지 와서 공연해주시겠다 캐서 진짜 황송하고 고맙습니다. 참, 나는 이 학교 교감입니더. 잘 부탁드립니더.”
아, 교감선생님이셨구나. 워낙 편하게 맞이해주시니 행정실 직원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예상을 빗나갔다. 여기는 영주시 단산면에 위치한 옥대초등학교. 2017년 가을이 무르익은 어느날, 연극쟁이 둥둥은 곧 이 학교의 어린 관객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백운선<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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