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마실공연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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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6  |  수정 2018-01-26 08:05  |  발행일 2018-01-26 제16면
[문화산책] 마실공연 Ⅱ
백운선<연극배우>

마실공연은 말 그대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웃들을 관객으로 초대해 공연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공연이 재밌어서 스스로 마실공연이라고 이름을 붙여봤다. 지난해 겨울 내가 마실공연을 자주 하고 싶다고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신서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뜸 ‘우리 카페에서도 연극 공연 한 번 하자’고 했다. 선배는 카페 사장이기도 하지만 가야금 병창과 연극배우로도 활동하는 다재다능한 분이었다. 몇 년 전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 내 상가건물에 카페를 개업하고 커피를 팔다보니 여기서 라이브 연주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자신을 포함해 아는 음악가 몇 명이 매주 정기연주회를 했다고 한다. 의외로 손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다른 장르의 공연도 물색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나의 활동 소식을 접했던 것이다.

그렇게 지난 겨울 나는 신서동 주민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연락을 하고 불과 몇 달 사이에 선배가 운영하는 카페의 이름은 그냥 ‘OO카페’에서 ‘문화공간 OO’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차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앉아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카페 내에 작은 무대도 생겼고 널찍한 마룻바닥을 공연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 배치도 바꿔 놓았다. 삭막한 아파트단지 안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입소문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지금은 인근의 다른 아파트 단지 주민들도 일부러 이 카페로 차를 마시거나 공연을 보러 나온다고 한다.

나의 공연이 예정된 그날 저녁. 삼삼오오 손님들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막 설거지를 끝내고 나온 듯한 어머니, 아기를 안고 나온 아버지, 손주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할머니까지. 공연자인 나에게는 조금 낯설고 긴장된 공간이었지만 손님들에게는 너무나 편안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원래 러닝타임이 40분인 공연이 50분 정도까지 늘어났다. 중간중간 터져나오는 손님들의 대거리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나도 그만 마음을 내려놓고 함께 놀았던 모양이다.

나는 우리가 즐기는 공연 문화와 생활현장 속에 살아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찾아갈 수 있는 공연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업적인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동네 사람들이, 나아가 시민들이 마음 편하게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문화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결국은 예술가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라고 본다. 부디 우리 도시의 시민들이 유명하다는 공연을 비싼 돈 들여 어렵게 예매해서 어마무시하게 지어진 공연장에서 봐야 문화생활 좀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나눠야 하는 것이지 돈을 들여 소비하는 것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백운선<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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