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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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6  |  수정 2018-02-06 08:19  |  발행일 2018-02-06 제25면
[문화산책] 바람
김성민<동시인>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이종용의 ‘겨울 아이’라는 노래입니다. 겨울에 생일을 맞은 분들은 축하 노래로 많이 들었을 거예요. 저도 한겨울 이맘때 태어났습니다. 저를 낳고도 어머니는 고생이 많았을 거예요.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하거든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따뜻한 물 쓰기도 어려웠을 거고요. 옛집들이 그렇듯 웃바람도 만만찮았을 겁니다. 게다가 젊었을 때 어머니는 몸도 많이 약한 편이었거든요.

다들 그러겠지만 생일이 가까워져 오면 어머니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제가 한 네댓 살 때 기억입니다. 동네 골목 지나다니면서 늘 우리 집에 들러 시원한 물을 얻어 마시고 가던 고물장수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커다란 엿장수 가위를 쟁그렁 쟁그렁 울리면서 “고물 사소, 고물” 구수한 목청으로 외치고 다녔지요. 할아버지는 저를 볼 때마다 “너거 엄마 말 안 들으마, 이 할배가 니아까(리어카)에 태아가(태워서) 잡아갈 끼다”며 겁을 주곤 했지요. 저는 그게 무서워 어머니 뒤로 가서 숨기 바빴고요. 참 그립습니다. 그러던 제가 벌써 그때 어머니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어버렸습니다.

제가 태어났던 해 겨울과 봄을 지나 그해 여름은 또 몹시 무더웠다고 합니다. 더위 때문에 제가 많이 보챘겠지요. 그래서 부모님은 큰마음(?) 먹고 선풍기를 장만하였다고 했습니다. 선풍기 하나만으로도 시원했던 그런 시절입니다. 저와 같은 나이인 그 선풍기를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별 다를 거 없는 오래된 선풍기일 뿐이지만 부모님 이야기가 입혀진 거라 쉽게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의 일상사를 두리번거리며 세세히 다 기억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식당에서 가족들이 노모를 모시고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저 사람은 어머니가 있구나, 좋겠다, 속으로 그러면서요. 그런 마음을 담아 제 생일 날짜를 제목으로 단 동시 한 편 소개합니다.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어머니가 계신 분들은 참 좋겠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깜박 졸았나 봐요/ 종점이에요// 너무 추워서/ 아무 버스나 탔거든요// 개 짖는 소리 멀리서 컴컴 들려오는/ 좁은 골목 맨 끝 집/ 작은 철문을 흔들어 봤어요// “우리 민우 왔나?”/ 주인아주머니가 나와 보는 사이/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갔지요// 발그레한 작은 부엌,/ 파란 냄비에/ 노란 카레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어요// 음, 냄새……// 다행이에요/ 이 집에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계시니까 (‘2월8일 바람’ 전문)김성민<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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