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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극단 만신 대표> |
나는 책 읽기를 꽤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연극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학교 도서실에서 읽었던 희곡집이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책장의 책들은 늘어갔고, 가득 찬 책장들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은근한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점점 책과 멀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빌리러 가거나 읽을 시간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에도 일종의 기본 근력이 필요한 것인지 한번 손에서 책을 놓은 뒤로는 시간의 여유가 다시 생겼을 때에도 예전처럼 잘 읽히지를 않았다. 그러자 좁은 방안에 자리 잡고 있는 책들이 슬슬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 심지어 그렇게 책을 방치해 놓고 있는 것에 대해 일종의 죄스러움까지 느껴졌다.
친구 중에도 비슷한 경우를 겪은 이가 있었다. 가끔 방문하시는 택배기사님들이 원룸에 가득 찬 책을 보고 꼭 하는 말씀이 “이 책들은 다 읽는 거예요”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당당하게 “네, 다 읽는 건데요”라고 대답하던 것이 어느새 그렇게 대답하지 못하게 되는 때가 오더란다. 그러더니 가득 쌓인 책들을 보는 것에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한다.
어쨌든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큰마음 먹고 책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우선 쉬운 방법으로 중고 서점에 책을 가져가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그곳에서 받아주지 않는 책들이었다. 기준에 맞지 않아 중고서점에서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고물상 폐지 속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좋은 책들이었다. 어찌 하나 고민하던 끝에 결국 문제의 책들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분에게는 어떤 것을 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며 책을 고르는 과정도 즐거웠고, 드린 뒤에는 좋은 곳으로 책을 보내준 것 같아 기분도 홀가분했다. 덕분에 좋은 책을 읽게 되었다는 감사 인사에 보람도 느껴졌다.
얼마 전 대구에서는 대구시민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북돋움 나눔대장정’이 진행되었다. 나도 당연히 집에 있던 책을 챙겨들고 행사 현장으로 찾아갔고 책을 기증했다.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계승한다는 기본 취지도 멋졌거니와, 집에서 죽어가고 있는 책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반가웠다. 기념품으로 받은 배지까지 예쁜 건 덤으로 더 좋았다.
읽었던 책이라도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어보면 새로이 읽히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나에게 좋았던 책을 누군가와 나눔해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책은 결국, 많이 읽혀야 하니까 말이다.
김지영<극단 만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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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누는 책](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3/20180309.0101607363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