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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빈<대구시립예술단 교육담당> |
2년 전 인문학극장을 맡았다. 인문학극장은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하여 그해 주제에 따라 그들의 생각을 듣는 렉처 콘서트다. 이 사업은 성격처럼 명사 섭외가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해에는 예술감독을 따로 두고 섭외를 할 정도로 섭외에 공을 들였다. 그리하여 이어령, 최재천, 이문열, 장하성이라는 당대 석학들을 모실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어 성공리에 마쳤다.
그 후로 인문학극장은 자리를 잡아갔다. 작년에는 도올 김용옥, 윤홍균, 전원책, 조영태, 강신주, 백희성이 다녀갔다. 첫해의 라인업만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돌아보았다.
첫째는 일단 섭외하고자 하는 이들의 연락처를 알아내야 한다. 이때 나는 또 한 번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긍정의 답을 얻을까. 우선 섭외 대상에게 한 통의 메일을 보내기까지 기본 사항을 확인한다. 가능하면 동영상 강의를 찾아보고 책도 다시 읽어본다.
사실 출연료를 많이 주면 쉽게 응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출연료 이외에도 꼭 해야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성심성의껏 진심을 다해 편지를 쓴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기에 솔직하게 나의 처지에 맞게 스토리텔링을 한다. 대구라는 지역적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왜 이번 무대에 올라야 하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사연 등으로 마음을 담는다.
이렇게 쓴다고 해서 다 섭외가 되는 건 아니다. 거절의 답변도 많이 받지만 그들이 정중히 응답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간절하면 손 편지를 쓰기도 한다. 어느 날 아침,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개인 번호는 모르기에 낯선 목소리에 당황했다. 교수님은 반가운 목소리로 이제야 편지를 봤다며 기회가 되면 꼭 출연하겠노라 약속했다. 사실 알쓸신잡 출연 이후 너무나 바빠진 스케줄에 약속은 성사되지 못했다.
섭외 과정을 통하여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면 이 일이 인문학과 닮아 있다고 할까. 인문학이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인 만큼 섭외 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에 그것을 얻고자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의 기법 중에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가 있는데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토스’라고 말한다. 에토스는 사람의 자연적 성향, 기질, 도덕적 성격을 뜻한다. 다시 말해 설득은 어떤 사람이 마음을 전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나’의 ‘진심’이 통할 때가 있다. 박영빈<대구시립예술단 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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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설득의 힘](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3/20180320.0102507310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