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감각과 관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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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9   |  발행일 2018-04-09 제22면   |  수정 2018-04-09
[문화산책] 감각과 관념 사이
김주원<대구미술관 전 학예연구실장>

세계적인 미술가 듀오 문경원과 전준호의 최근 프로젝트인 영상 작업 ‘자유의 마을’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급변하는 정세와 관련해 눈길을 끈다. ‘자유의 마을’은 그간 세계 미술지형에서 주목할 만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아베 카즈나오가 기획한 전시 ‘감각과 지식 사이’(2018년 3월2~25일·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출품되었다.

‘자유의 마을’은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민간인 거주지역 대성동 마을을 소재로 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파주시에 속하지만 유엔사령부의 관할구역이기 때문에 출입과 법률적 통제 모두 유엔의 허가와 동의가 필요한 마을. 위키백과는 이 마을이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의 ‘평화의 마을’과 함께 조성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듀오의 작업은 DMZ의 ‘자유의 마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흔들어댄다. 작품 ‘자유의 마을’은 독립돼 구성된 2개의 스크린을 통해 마을이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기 전인 아주 오랜 옛날부터의 역사를 더듬고 있다. 언제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았는지는 정확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던 이들은 마을 근처에서 발굴되는 유적들에 대한 조사·기록은 물론 구술로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의 기원을 추적한다. 서해로 흘러드는 강 근처 평야지대에 위치한 이 마을의 지형적 기원을 추적했으며, 이곳이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수십여 년 전의 전쟁과 분단 등의 이미지들을 수집했다. 그 후 자유와 평화는 전쟁과 분단이라는 현실의 상징인 군사경계선에 맞닿아 있어서 사람이 살기 어려운 이곳에 ‘자유의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을 재건하면서부터 가능했음도 가시화된다.

서울에서 불과 수십㎞ 떨어져 있지만 역사와 정치, 군사 문제로 접근이 어려워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곳. 우리 스스로도 잘 모르는 그곳에 대한 연구인 작품 ‘자유의 마을’은 정치적 소외로 인한 접경지역의 현실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비극을 전면화한 것도 아니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평화·안보·자유 등 우리의 관념이 우리의 일상과 역사를 구체적인 실체로 파악하기보다는 관념적 인식 안에 가둬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사령부의 관리 아래 거주·노동·교육·결혼 등의 모든 일상이 이뤄지는 마을에서의 ‘자유’는 우리들이 누리는 일상의 자유와는 결이 다르다. 문경원과 전준호의 작업 ‘자유의 마을’은 모든 이의 ‘일상’이 같지 않다는 사실, ‘자유’와 ‘평화’가 구체적인 실체일 때 진정하고 온전한 것임을 말하는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비전은 관념만으로 그 문을 열 수 없다.김주원<대구미술관 전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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