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 셰프를 찾아서 - 디저트카페 ‘10월19일’ 박지현·윤송이 부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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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31   |  발행일 2018-08-31 제41면   |  수정 2018-08-31
‘자연을 품은 디저트’ 동서양 식감 융합한 부부 셰프의 플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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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고 계절이 담긴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앞세운 신개념 플레이팅 디저트카페인 10월19일. 10년 이상 동서양 요리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한 뒤 대구로 내려와 자신들만의 디저트문화를 전파시키고 있는 박지현·윤송이 부부 셰프의 남다른 감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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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홍차무스·시소아이스크림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하절기 대표 메뉴인 ‘여름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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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식감을 가진 ‘헬로 멕시카나’

빵집인지 카페인지 커피숍인지 브런치카페인지 분간이 안가는 게 바로 ‘디저트카페’. 이게 국내에 본격적으로 상륙한 건 2000년대 초반쯤이다. 이 흐름을 선도한 건 2002년 서울 신촌에 출현한 ‘투썸플레이스’였다. 당시 소비자에게 커피전문점조차 익숙지 않았던 시절, 이 브랜드는 ‘카페 위드 케이크 앤 샌드위치’란 콘셉트로 전문 파티셰가 매장에서 직접 메뉴를 만들어 팔았다. 엄청난 반향이 일어났다. 이때 대구에서도 무서운 떡케이크 전문 브랜드가 탄생한다. 바로 ‘떡보의하루’다. 모듬떡을 케이크로 변용시키고 커피와 떡을 매칭시킬 정도로 발상의 전환이 신선했던 지역발 국내 최초 떡 프랜차이즈로 기록된다. 2013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근처에 인절미설빙·인절미토스트 전문 퓨전 떡카페였던 ‘시루’에서도 빅뱅 같은 빙설이 탄생한다. 바로 눈꽃빙수 신드롬을 일으킨 ‘설빙’이다. 뭔가 사업 감각이 있는 친구들은 이면 도로의 허름하지만 매매가가 저렴한 옛집을 리모델링해 자기만의 달달한 카페를 열었다. 유럽형 시골빵 전문점, 마카롱 전문점, 와플 전문점, 아이스크림 전문점…. 대구 남구 봉덕동 캠프워커 정문 앞에 문을 연 하미마미는 지역에서 문을 연 첫 미국식 브런치카페로 기록된다. 이런 흐름이 삽시간에 젊은 층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유가 있다. 글이 아니라 사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펼쳐 보여주는 ‘인스타그램’, 그리고 1박2일·런닝맨 등이 그런 앙증맞으면서도 스토리라인이 탄탄한 업소를 심심찮게 노출시킨 탓도 있다.

수성교 옆 방천시장 김광석 벽화길은 한국 푸드스토리텔링마케팅 역사에 한 획을 긋는다. 별별 먹거리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그 여파로 지가가 엄청 폭증했다. 거기로 진입하기 어려운 감성과 감각을 겸비한 호주머니 사정이 별로인 젊은 사업가는 방천시장 북쪽 삼덕동 주택가존을 노렸다. 한때 ‘관사촌’으로 불렸던 삼덕동 구역은 1998년 대구에서 맨처음 담장허물기 사업이 시작된 곳이다. 이후 2006년 지역 골목축제의 리더가 된 ‘삼덕동 인형마임축제’가 론칭된다. 그런 축제가 있었지만 방천시장이 급부상하면서 건너편 삼덕동 구역은 어두침침해진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방천시장의 값비싼 상권이 역으로 삼덕동 골목카페를 붐업시킨다. 이 흐름을 탄 박지현(39)·윤송이(37) 부부셰프. 파티셰 유전자가 짙은 부부는 지난해 12월19일 찬바람이 쌩생 부는 겨울에 삼덕초등 정문 맞은편에서 재밌는 상호의 디저트카페를 오픈한다. 부부의 결혼기념일인 10월19일. 그걸 상호로 정해버렸다.

서울 프렌치 레스토랑 멤버로 만남
제대로 된 식문화 둘만의 약속 결실
삼덕동에 자리…결혼기념일이 상호

제철 식재료 만든‘세이보리 디저트’
아내 고향서 매주 보내오는 밀양딸기
수작업으로 제조한 버터 ‘착한 당분’
부드러운 베이스에 달콤·새콤 덧칠
복숭아·홍차무스 등 조화 ‘여름동안’
피자 연상 ‘헬로멕시카나’하절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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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입체적인 식감을 만들기 위해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분자요리’ 전용 식재료 캔.

◆삼덕동으로 오기까지 빡센 고생기

남편은 서울 출신이고 아내는 경남 밀양 출신이다. 남편은 원래 환경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관동대 환경과에 들어간다. 하지만 군시절 취사병이 되는 바람에 요리에 빠지게 된다. 제대하자마자 숙명여대 부설 코르동블루란 프랑스요리 전문학교에 입학한다.

당시 엄청난 경쟁률의 푸드전문잡지 ‘쿠켄’에 입사했지만 다시 500만원을 들고 호주 멜버른에 있는 국립요리학교 ‘윌리엄 앵글리스’에 입학한다. 국내에서 배웠던 천편일률적인 스테이크 굽는 법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변용되는 굽기 테크닉을 고수한테 배울 수 있었다. 2012년 귀국해 이태원에 있는 외국인 고객이 많은 ‘게코스가든’에서 일을 한다. 거기서 메뉴개발 업무를 했다.

아내는 대구대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왔다. 화가의 꿈을 키우다가 요리사로 터닝한다. 베니건스 레스토랑에서 1년간 머물렀다. 빈둥거리던 그녀의 근육은 비로소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녀의 디자인 감각이 발동했다. 푸드는 역시 스타일이 관건이다 싶어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 전문학원에서 ‘푸드 블레이팅(Food plating)’의 테크닉을 익힌다. 압구정동에 있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중식당 ‘홀리차우’에서 몽골리안 비프 등을 다루기 시작한다. 특히 중식용 프라이팬인 웍과 국자를 오른손과 왼손으로 피스톤운동처럼 밀고당기는 법을 겨우겨우 배워나갔다. 화상은 다반사였고 손목은 진통에서 벗어날 날이 없었다. 아내는 이태원 한식 레스토랑인 ‘이스트빌리지’에서 한식 파인 다이닝 ‘권숙수’ 오픈멤버로 들어가면서 디저트카페에 필요한 감각을 엄청 흡수할 수 있었다. 권숙수는 세계적 음식평가잡지인 미슐랭으로부터 별 두 개를 부여받은 저력있는 업소. 그녀는 거기서 약 40가지의 디저트를 개발했다.

둘은 서울의 한 프렌치 레스토랑 멤버 때 사랑을 꽃피워 2014년 결혼한다. 남편은 2015년 독립해 푸드컨설턴트로 나선다. 외식전문회사인 Be my ghest, Will you company 등과 손을 잡고 일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허탈함이 늘어났다. 아직 국내에는 제대로 된 식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았다. 둘만의 가게를 만들자고 약속하며 대구로 내려온다. 처음 이 가게를 봤을 때 너무 낡았고 아무런 생기도 없었다. 하지만 방천시장의 욕망이 순식간에 여기로 밀려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10월19일 메뉴 스토리

상호부터 재밌다. 부부 결혼기념일을 간판에 적어 넣어서 그렇다. 종이컵에도 상호를 인쇄했다. 다들 숫자가 뭔지 궁금해 한다. 일단 상호는 잘 정한 것 같다. 일반 디저트와 다르게 가고 싶었다. 사실 일반 카페 디저트 메뉴는 고만고만하다. ‘외화내빈(外華內賓)’. 다들 알록달록한 식재료를 ‘조립’하는 수준이다. 식재료에 자연의 에너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당에 너무 의존해 너무 달다.

부부는 자연을 품은 디저트를 만들자고 결심한다. 계절별 식재료를 한국 정서에 맞게 음식처럼 만든다. 이를 플레이팅 기법이 들어간 ‘세이보리 디저트(Savory dessert)’라 한다. 그래서 인스턴트 식재료는 거부한다. 시소잎과 옥수수를 갖고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도 하고 달콤함을 중화시켜주기 위해 상큼한 그린셔벗을 옆에 매칭시킨다. 식재료가 실력파 록밴드 멤버처럼 틔지 않고 자기 파트를 균형적으로 연주한다. 다들 10년 이상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었기에 가능한 스킬이다.

밀양에 사는 아내의 아버지는 딸기 농사를 짓는 지인과 부부를 연결해주었다. 매주 8~10상자가 이 가게로 온다.

디저트 한 조각이지만 동서양 요리를 모두 올려놓으려고 고민한다. 케이크, 빵, 쿠키, 크림, 생과일, 타르트, 마들렌, 떡, 와플, 에이드 등의 식감이 잘 융합되게 플레이팅한다.

가령 부부의 꿈이 담긴 ‘밀양딸기’의 경우 딸기아이스크림·생딸기·바질셔벗·바닐라크림·치즈케이크가 조화를 이룬다. 부드러움을 베이스로 깔고 거기에 달콤함과 새콤함을 덧칠한다. 조각 피자를 연상시키는 ‘헬로멕시카나’는 저온에서 구워낸 방울토마토·토마토소스·바질페스토·망고·아보카도크림·옥수수아이스크림이 매칭된다. 복숭아·홍차무스·시소아이스크림·블러드오렌지칩·바닐라소스가 섞인 ‘여름동안’도 하절기 인기 메뉴다. 딜·애플민트·세이지·한련화 등 각종 허브와 팬지·장미·소국 등 5종의 식용꽃도 식감을 아름답게 치장한다. 조만간 단호박아이스크림과 밤케이크도 낼 모양이다.

가장 믿음이 가는 대목이 있다. 수작업으로 버터를 만든다는 사실. ‘착한 당분’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엿기름을 숙성한 당분으로 와플을 만든다. 손님이 밀려와도 절대 프랜차이즈만은 하지 않겠단다. 촬영 때 보여준 부부의 미소도 10월19일 톤이었다. 중구 삼덕동 3가 274-3 (월·화 휴무).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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