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도 질병인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하려고 추진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공방이 뜨겁다.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장애를 질병화하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댕겼다. 한걸음 더 나아가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게임을 사행산업으로 지정하고 게임업체에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이해당사자 간 갈등 조짐마저 보인다.
WHO는 내년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발표될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중독을 ‘게임이용 장애’라는 진단명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효력은 2022년 1월부터 발생한다. ICD에 등재되면 나라별로 치료나 재활에 필요한 의료정책 방향을 수립할 때 이 지침을 따른다. WHO는 세계질병분류 초안에서 △게임을 하는 행동을 멈출 수 없고 △다른 취미나 활동보다 게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문제가 생기더라도 계속하거나 시간을 늘리며 △개인이나 가족·사회·학습·일 등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게임중독이라 정의했다.
WHO가 국제질병분류를 개정하면 우리나라는 통계청이 통계법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의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하게 된다. 일단 통계청은 부작용을 감안해 2025년까지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박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펄쩍 뛴다. 게임을 수출효자 상품이라며 장려해 놓고 이제 와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 게임산업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WHO의 진단기준도 너무 주관적이고 개략적인 데다 내성과 금단증상 등이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그렇다고 게임의 중독성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인터넷과 모바일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게임중독을 마냥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청소년의 중독현상은 위험수위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의 91.1%, 중학생의 82.5%, 고등학생의 64.2%가 게임을 하고 전체의 2.5%가 게임중독 상태다. 늘어나는 게임중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게임중독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검증과 더불어 우리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중독기준을 마련하고 효율적인 치유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 물론 지난해 수출액이 4조4천억원에 달하는 게임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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