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린 예술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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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30  |  수정 2018-11-30 07:54  |  발행일 2018-11-30 제16면
[문화산책] 어린 예술가의 죽음

나의 작은 목표 중 하나가 소설가 김영하의 모든 책을 읽는 것이다. 다 읽은 책도 있고 읽었으나 느끼지 못한 책도 있고 사놓고 아직 첫 장을 못 넘긴 책도 있다. 요즘 방송에서 비춰진 그의 모습은 지성과 덕을 골고루 갖춘 이 시대의 어른 같아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생각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나의 호기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와중에 대전에서 작가의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택이 되어 대전 출장을 겸해 강연을 듣고 왔다.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이라는 슬로건이었는데 딴에는 예술가 타이틀을 달고 사는 것이 삶에 큰 기쁨인 나에게 “어서와, 지금 당장!”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아주 오랜만에 남 앞에 서서 말하는 입장이 아닌 청중이 되는 묘한 느낌도 좋았다.

1시간 반 동안의 강연 중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주는 내용이 있어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 ‘어린 예술가의 죽음’이라는 제목이었다. ‘어린 나이에 단명한 천재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건가’라고 생각을 하던 찰나 “우리 모두는 예술가로 태어납니다”라고 운을 띄웠다. 가르치지 않아도 교육을 받지 않아도 태어나 어느 정도 인지능력이 생기면 춤을 추거나 바닥에 그림을 그리거나 본능적으로 예술 행위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어린 예술가들은 자라면서 누군가의 방해나 저지로 죽임을 당하고 만다는 내용이었다. “니 까짓 게 무슨 음악이냐” “그림이 밥먹여 주냐”와 같은 말들로 인해 우리의 어린 예술가들이 죽거나 사라진다는 것이다.

같이 앉아서 듣고 있던 우리는 각자 ‘나의 어린 예술가의 죽음’에 대한 짧은 애도를 하는 듯 아주 잠시 숙연해졌다. 나는 생각했다. 다행이다, 나의 어린 예술가는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나의 환경이, 나의 어른들이 끊임없이 시도했던 그 죽음을 나는 잘 지켜냈다는 것을. 또 다른 나의 환경이 나의 어른들이 그 아이를 보호해주고 키워주셨다는 것을. 희곡을 쓰고 무대 위에서 연기하며 노래하며 춤을 추는 나의 어린 예술가는 그렇게 잘 자라 주어 다행이라고 위로하고 안도했다.

한편으론 그 어린 예술가가 죽지는 않았으나 성장하지 않고 그 나이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떼를 쓰고 억지를 부리며 아직도 어린 예술가로 남아있는 사람들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자식을 낳았으면 성장할 때까지 잘 돌보고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당연한 도리라면 우리처럼 예술가 꼬리표를 달고 활동하는 이들도 끝까지 자신이 낳은 어린 예술가를 돌보고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혹시 외롭게 혼자 울고 있거나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박아정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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