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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윤영<오페라 코치> |
뜨거운 여름부터 준비해온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끝나고 난 후 또다시 나는 콘서트 준비를 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accompagnatore(반주자)’. 이탈리아어로 ‘동반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반주자는 솔로이스트들의 뒤에서 혹은 옆에서 그저 받쳐주고 거들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는 동반자인 것이다. 반주자는 지휘자와 같은 지식을 가지고 원하는 음악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기교를 바탕으로 지휘하지 않는 것처럼 지휘하며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역할을 잘해야만 훌륭한 반주를 할 수가 있다. 모든 기술적인 것들을 완벽하게 터득했다 할지라도 풍부한 상상력이 없다면 그저 기술에 불과할 뿐일 것이다 .
훌륭한 반주자에게는 갖춰야 할 많은 요소가 있다. 음악적 소양, 능숙한 테크닉, 타고난 음악적 이해력, 다양한 언어와 그 언어로 만들어진 시와 대본의 이해, 다양한 악기들의 기술적 능력과 특징, 노련한 순발력과 평정심 등. 다양하고 복잡한 예술적 준비 요소들을 솔로이스트 개인의 성격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니 얼마나 많은 능력을 요하는 일이겠는가.
그래서인지 유독 반주자들은 여느 음악가들보다 성격이 부드럽고 밝으며, 비교적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해 체력도 좋다. 뿐만 아니라 남을 챙기는 일에도 익숙하다. 나 역시도 어릴 적부터 반주를 하다보니 늘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말이 “제주도 아가씨라 그런지 건강하고 생활력이 강하구나”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의 남편 역시 지금도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나를 이야기할 때 “제주도 여자는 진짜 건강하고 튼튼해요”라고 이야기를 하니 기막힌 이야기 아닌가? 내가 제주도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음악적·기교적 테크닉이 조금 떨어지는 전공자들에게 반주자의 길을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권유는 음악도와 음악의 발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세상의 이치가 다 똑같은 것처럼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혼자일 때보다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 상황이 많이 생긴다. 하지만 함께함으로써 얻는 행복은 더 크다는 것이 틀림없는 사실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솔로이스트와 함께 완전한 협력으로 만들어진 음악은 혼자 연주할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음악적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앙상블을 통해 음악의 거대함을 느끼고 많은 음악가들을 만나며 그들과 함께 장대한 음악문화의 본체에 좀 더 빠르게 익숙해진다. 늘 새로운 음악가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의 음악을 함께 호흡하며 여전히 깨닫고 배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마흔 살이 넘어서도 매일매일 공부할 것이 생기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일인가! 장윤영<오페라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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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반주자는 동반자](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12/20181206.0102307372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