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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아정<연출가> |
연극이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오롯이 연습에만 한달 내지 두달 정도가 소요된다. 작품을 구상하고 대본을 쓰는 작업까지를 본다면 1년 이상 걸리는 작품도 수없이 많다.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해 수십명의 사람이 몇 달을 매달려 작업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습페이는 나오지 않는다. 그 몇 달간은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연습 후에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참 안타깝지만 제작사와 극단 또한 치솟는 극장 대관료, 끊임 없이 떨어지는 티켓 가격 경쟁으로 인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너무나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문을 닫는 극장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슬프고 암담하다. 꿈을 이루려고, 행복해지려고 무대에 서는 이들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웃는다. 참 순하고 착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뮤지컬 연습은 대부분 오전 10시에서 밤 10시까지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 연습을 ‘텐 투 텐(ten to ten)’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이 업계의 은어같은 단어인데 많이 피곤해 보이는 배우들에게 “어제도 텐투텐?”이라고 서로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한다.
10여 년 전 ‘텐 투 텐’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이었다. 고된 연습으로 온몸이 부서질 지경이었다. 택시비는 없고 꾸역꾸역 몸을 구겨 넣은 지하철 안에는 늘 그랬듯 나를 위한 좌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같이 서서 가던 남자후배에게 “나 임산부인척 하고 저기 앉으면 안될까? 너무 힘들어서 그래”라고 했더니 “선배님 그렇게 하시죠. 제가 남편 역 해드릴게요”라고 해서 철판 깔고 노약자석에 앉아 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쓸쓸한 젊은이석, 이별한 젊은이석, 면접 떨어진 젊은이석, 고단한 젊은이석. 눈치 보지말고 앉아 가세요. 항상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버스나 지하철 칸마다 이런 자리가 한 자리씩만 있으면 좋겠다고…. 노인도 약자도 그렇다고 임산부도 아닌, 그렇다고 아직 어른 대접도 받지 못하는 우리를 위한 자리 하나쯤은 괜찮잖아 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좌석조차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이 뻔하다. 10년 전보다 훨씬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20~30대, 풍족해 보이지만 속이 텅빈 우리들. 자신의 고단함보다 어르신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는 착한 젊은이들을 위한 좌석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상상만해도 멋있지 않은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임산부석이 따로 지정된 것처럼 말이다.
박아정<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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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쓸쓸한 젊은이를 위한 좌석](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12/20181207.01016074828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