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이해보다는 공감하는 세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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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4  |  수정 2018-12-14 07:48  |  발행일 2018-12-14 제16면
[문화산책] 이해보다는 공감하는 세상이 좋다

나는 아주 좋은 기회로 8년 전부터 경찰대와 현업에 계시는 형사, 헌병대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자 협상교육에 강사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위기자란 자살상황에 있는 사람이나 인질을 데리고 있는 범인을 말한다.

위기자들을 강압적인 방법이나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는 대신, 그들의 감정을 알아주고 말그대로 협상을 통해 피해자와 위기자 모두를 안전하게 구조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며칠 전에도 국방부에서 교육이 있었다. 모두 헌병대 소속 군인이었다. 교육은 모의로 만든 상황극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부분 인생의 관록도 있고 직업의 특성상 위기자를 잘 구해내지만 오히려 위기자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비난하거나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만 접근했을시 아주 드물게 위기자를 구해내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충격으로 점심을 못 먹는 분도 있고 장난처럼 참여했다가 큰 깨달음을 얻고 가는 분들도 많다.

위기자 협상교육에서 나는 위기자를 연기한다. 대본 없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몰입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람 살리는 중요한 교육이기에 배우들은 집중한다. 그리고 진짜 상황처럼 극을 끌고 간다. 가끔 캐릭터에 너무 몰입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고 그들의 아픔에 동화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인물이 되어서 연기할 때 가장 살고 싶게 만든 말이 있다. “이해합니다” “다 알고 있습니다”가 아니라 “많이 힘드셨군요”였다. 감정의 인정이다. 그냥 “너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아주 간단한 말이었다.

감정의 인정….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고 인정하고 사는가. 실제로 이 교육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아주 많은 위기자를 살렸다고 한다. “너 왜 죽으려고 그러냐”가 아니라 “네가 죽고 싶을 만큼 많이 힘들었구나….” 이 말 한마디로 삶을 놓으려는 사람을 구해낸 것이다.

우리가 몸이 아프면 최고의 명의를 찾아가듯 인생의 위기가 왔을 때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협상교육 교수의 말씀이다. 살다보면 공감능력이 아주 탁월한 사람을 만난다. 행운이다. 그들은 나를 살렸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며 수많은 위기자를 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해한다”는 말보다, “알 것 같다”라는 말보다 “많이 힘들었구나”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 공감해주는, 마음이 따뜻한 겨울이 됐으면 한다.

박아정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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