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관크’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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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1  |  수정 2018-12-21 07:49  |  발행일 2018-12-21 제16면
[문화산책] ‘관크’를 아십니까

공연장이나 영화관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 또는 그런 행동을 하는 관객을 일컬어 ‘관크’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관객 크리티컬(觀客 critical)의 줄임말이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공연문화를 접하는 것이 대중화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크’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의 상당수가 공연 전 오프닝무대를 준비한다. 관객의 마음을 열고 시작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지만 공연 중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불미스러운 일들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휴대폰 사용금지, 음식물 섭취, 공연 중간에 나가버리는 일, 애정행각 등을 하지 않도록 관객에게 부탁하는 자리다.

이틀 전 공연 중이었다. “전화 매너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라는 대사를 말하고 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객석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배우와 관객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쏟아졌고 공연이 잠시 소강상태가 됐던 아찔한 경험이었다. 애드리브로 잘 넘겼지만 심각한 장면에서 휴대폰 소리가 울리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그날의 공연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디 그것 뿐인가? 공연시간이 90분이라고 적어놓고 왜 95분이 나왔냐고 환불을 요구하는 관객도 있었고, 술에 취해서 입장하려고 해 제지하면 욕설을 퍼붓고 기물을 파손하기도 하고, 김밥을 싸와 공연 내내 쩝쩝 소리를 내며 먹는 사람, 공연 중 배우들에게 내용과 상관없이 말을 걸거나 못생겼다는 둥 몸매가 왜 저러냐는 둥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실제로 내가 보고 당한 일들이다. 공연 후기의 애정 어린 쓴소리, 날카로운 비판 모두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배우의 외모비하부터 연출이나 작가를 쓰레기라고 쓰면서 익명의 칼을 휘두르는 사람도 많다.

좋은 공연은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긴 인생의 시간 중 딱 2시간 휴대폰을 꺼놓을 수 없이 바쁘다면 감히 말한다. 공연장에 오지마세요. 공연장은 영화관이 아닙니다. 제발 팝콘 좀 가지고 오지마세요. 공연시간 좀 지켜주세요. 늦었으면서 배우들한테 소리 지르고 공연장 문 발로 차고 가지 마세요.

배우들을 무슨 조선시대 광대 취급하면서 하대하는 사람들이 언제쯤이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까? 어릴 때부터 공연예절과 문화를 잘 교육하고 어른들이 솔선수범하여야 할 것이다. 상식적인 관객, 문화를 즐기는 관객들이 ‘관크’ 때문에 피해받지 않기를. 관크 때문에 상처받아 무대를 떠나는 배우도 없기를 바라본다.

박아정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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