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희망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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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6  |  수정 2018-12-26 07:59  |  발행일 2018-12-26 제23면
[문화산책] 희망의 씨앗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처음 교정시설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미로 같은 복도와 여러 개의 철문을 지나 학습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재작년 만해도 교정시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청송군 진보를 가기위해서 꼬불꼬불 산길의 가래재를 넘어야 했지만 작년 들어 당진~영덕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대구에서 가는 시간이 한결 단축되었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창작활동은 자신의 직·간접경험이 소재가 된다. 교정시설 시 창작 수업에서 나는 ‘시와 그림과의 만남’이라는 파트를 맡아 강의했다. 주로 창의력 발현을 위한 연습으로 상상력 학습 수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페르난도 보태로의 그림을 관찰하며 시작한다. 그림에서 보이는 색깔, 인물의 옷차림, 사물의 구도나 배치 등 특징을 살펴보며 그림 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를 질문한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 속을 상상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충분한 그림 보기와 분석을 거치면 나름의 재미있는 해석이 나타난다. 이어서 제시된 작품을 모티브로 시를 창작하고 발표한다.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면 굳어있던 학습자의 표정에서 생기가 살아나고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씩 허문다. 가끔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무기형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한 고(故) 신영복 교수의 다음 이야기가 있다. “면회 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재소자 중에서 어느 날 누가 면회를 왔다. 그는 세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자기를 삼촌네에 맡겨놓고 재가를 했다. 그런데 면회 온 남자는 재혼한 엄마가 키운 의붓아들이었다. 그 남자는 ‘당신 어머니를 우리 어머니로 모시고 오지 않았으면 지금쯤 내가 거기 있고 당신이 밖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죄송해서 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그와 같은 부모, 그런 환경에서 컸다면 지금쯤 같은 죄명으로 앉아 있을 수도 있는데 나 자신에 대한 반성, 아주 참혹한 반성이 들었다.”

교정시설에 있는 학습자들의 창작품 속에는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 나타난다. 가정폭력과 정서적 결핍, 빈곤 등으로 소외되고 왜곡된 어린시간을 채우고 있는 이들이 많다. 최근 박상기 법무부장관도 “범죄는 환경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교정시설은 수형자에게 교육, 교화활동 및 직업훈련 등을 실시한다. 이는 출소 후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 위함이다. 하여 교정본부에서도 ‘교정대상’ 등을 시상하며 장려한다.

교정시설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강사는 그곳의 학습자들이 어떠한 이유로 오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문화예술교육법에 나타난 바와 같이 국민 모두에게 차별 없는 문화예술교육은 꼭 필요하다. 특히나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제2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더욱이 그렇다. 햇볕이 가장 늦게 드리우는 그 곳에 문화예술교육이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재경 (아트앤허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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