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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아정<연출가> |
시간과 계절은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기 편리하게 자기들의 형식으로 규정해 달력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1년이라는 시간, 짧기도 길기도 한 그 시간이 겨울의 끝으로 달려와 누군가에게는 붙잡고 싶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낱장의 기억으로 남겨진다.
올 한해 문화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대성공이 아닐까 한다. ‘보헤미안’은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따르기보다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고 ‘랩소디’는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환상곡풍의 기악곡이란 뜻이다. 개인적으로 그룹 퀸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록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일궈낸 일 중 가장 훌륭한 것은 세대 간의 소통이 아닐까? 10대부터 60대까지 싱어롱 상영관에서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목청이 터지도록 퀸의 노래를 부른다.
우린 어쩌면 함께 대화 나눌 공통의 소재가 너무 없는 것 같다. ‘정치는 어른들이 하는 것이고 문화는 젊은이가 움직이는 것’이라는 식의 낡은 사고자체가 무너지고 10대들이 80년대 팝이나 그 시절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오성식의 팝스잉글리시를 들으며 출근하고 학교를 다니던 우리 세대가 그들과 함께 퀸을 얘기하고 있다. 영화의 성공 이면에 아주 긍정적인 소통의 문화가 이루어진 것 같다.
나는 희망을 보았다. 소통의 희망을. 퀸을 소재로 대화하는 그들에겐 세대 차이나 격세지감 같은 단어는 전혀 필요가 없어 보였다. 앞으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세대 간에 공통적으로 나눌 대화의 소재가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정치·경제·문화 영역에서도 함께 인식하고 공감한다면 퀸을 이야기할 때처럼 자연스럽게 화해할 수 있지 않을까?
연극인으로서 내가 해왔고 해야 할 일은 누구나 연극이나 뮤지컬 한편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태어나 처음 연극을 보러 오셨다는 60대 노신사가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딸이 하도 같이 오자고 해서 왔는데 연극 한편 못보고 살아온 내 인생이 참 안됐더라. 죽기 전 많은 연극을 보고싶다”라고 하신 그말. 오늘부터 내 인생은 바뀔 거라고 하셨던 그말.
내가 배운대로 그리고 앞으로 배워갈 공연예술로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쭉 세대와 소통하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누군가의 퀸이 되고 싶다. 어느 누군가의 삶에 퀸이 되고 싶다.
올 한해 잘 버텨준 그대들도 바로 퀸이다.
박아정<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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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2018년 잘 버텨준 그대들을 위한 랩소디](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12/20181228.0101608021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