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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수<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
2008년 8월 내가 오랜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했을 때 지역 예술계의 핫뉴스는 대구시립미술관 건립과 중구 수창동의 옛 연초제조창(KT&G)의 재활용 문제였다. 수차례의 포럼과 공청회를 개최한 끝에 전자는 2011년 5월 대구미술관으로, 후자는 2013년 3월 대구예술발전소로 개관했다. 그 뒤 대구미술관은 전형적인 시립미술관의 기능을 수행해왔고, 대구예술발전소는 청년다움·실험예술·다원예술 등을 지향하는 복합예술문화공간으로 운영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구예술발전소가 개관 이래 무엇을 ‘발전’시켰는지를 묻는 언론기사들이 심심찮게 나왔다. 그것이 단지 허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누구도 그간 대구예술발전소가 그 ‘무엇’을 발전시켜왔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바로 뚜렷한 방향성의 부재 때문이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예술발전소는 예술기반시설로서 시민의 문화향수 증진과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 특히 ‘청년창작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수사학적으로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상적 용어들은 포괄적 접근을 유도하며 방향성을 모호하게 하기 때문에 결국 ‘무엇’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법이 없을까? 근대시대 유산인 옛 연초제조창이라는 지역의 ‘역사적’ 공간을 ‘현대적’ 예술문화 창조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최상의 방식은 대구예술발전소를 ‘모카’(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 기관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모카는 무엇보다 위의 추상적 용어에 구체적 철학을 부여하고, 동시대 예술문화를 선도하는 기관임을 천명하며 단번에 국제적·전국적 인지도를 갖게 하는 문화적 브랜드 네임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대구예술발전소는 모카로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모카란 컨템포러리 아트를 지향하는 현대미술관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컨템포러리 아트란 실험적 융복합예술을 추구하면서도 동시대성의 문제를 다루는 미술양식으로서 그야말로 동시대 예술과 문화를 주도한다.
그렇다면 대구예술발전소는 이제부터라도 옴니버스 형태의 대구미술관과 차별화하기 위해, 또한 독일의 ZKM이나 상하이 당대예술관과 같이 근대시대 공간을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던 특허이자 한 도시의 예술과 문화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국제적 척도가 되어버린 모카로 거듭나는 데 마다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김기수<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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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대구와 모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3/20190311.0102208152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