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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는 인도를 상징하는 곳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이 전에 이곳은 인도인의 성지로, 힌두교의 가장 중요한 두 신 시바와 강가가 만나는 땅이다. 인도인들은 이곳 갠지스강에 화장한 재를 뿌려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고 천국에 가길 빈다고 한다. 하루가 지나기 전 화장을 해서 강에 뿌려져야 하기에, 인도 각지의 왕들과 유력 가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강변을 따라 자신의 성을 지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앞으로 강물은 흐르고 어떤 이는 죽음을 기다리며, 또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 한 편에선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고, 낚시를 한다. 그리고 햇볕이 뜨거운 한낮이면 아이들은 수영을 한다. 외국인의 눈에는 이해되지 않는 풍경이지만, 그들에겐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며칠 이곳에 머물며 가장 인상적인 건 갠지스 강 주변으로 나 있는 좁은 골목길이었다. 수백 년 전 지어진 건축물 사이로 두 사람 정도 지나가면 꽉 찰 정도로 좁직한 길에 한 평 남짓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리어카, 자전거 심지어 개와 소도 다닌다. 골목에서 콧김을 내뿜으며 꼬리를 휘젓는 소를 마주하는 게 예삿일이다. 저러다 부딪혀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싶은데, 모두가 물 흐르듯 길을 간다.
어제도 여느 날처럼 골목길을 한참 헤매고 있었는데 몇몇 무너진 집들이 보이더니 큰 공터가 나왔다. 알고 보니 역에서 가트까지 큰 도로를 낸다고 했다. 갠지스 강도 강이지만 근처에 유명한 사원이 많다보니 밀려드는 인파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여 이런 대책을 낸 모양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여행자들은 큰일이라며 혀를 찼다. 허물고 나면 다시 살 수도 없는 건축자산을 미련하게 밀어버리는 꼴이라며 아쉬워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교통체증을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나도 처음엔 바라나시가 이렇게 변해버리는 건가 하는 생각에 황망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고충을 모르는 외부인의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겠다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만, 신성한 곳으로 향하는 마음의 길을 아스팔트가 대신하게 되면서 점점 더 빠른 속도, 더 많은 양에만 골몰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상 시름을 잊기 위해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다니도록 하는 건 필요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무엇을 잃게 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곳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어떤 것을 잊고 어떤 것을 잃는지를 생각지 않는 개발은 고유의 자연스러움을 파괴해버릴 소산이 크다. 무질서해 보이는 것들이 때론 유용한 도시의 감각을 형성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안진나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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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잊는 것과 잃는 것](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3/20190327.0102307585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