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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석<대구문화관광해설사> |
‘대구선비 송선비’. 이는 필자의 별명이다. 필자의 나이가 서른 살쯤 되었을 때 대학동창·선배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처음에는 그냥 송선비로만 불렸는데 그 후로 앞에 4글자가 더해져 대구선비 송선비가 된 것이다.
지난주에 대전시립박물관 도슨트 교육에 강사로 다녀온 적이 있다. 석·박사 학위는 없지만 ‘대구선비 송선비’라는 멋진 별명 덕분에 시립박물관 강당에 선 것이다. 강의주제는 ‘해설사의 역할과 유가문화’였다. 주제만 놓고 보면 분명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강의지만, 2시간 내내 한 사람도 조는 이가 없었다. 쉬는 시간에 학예사 한 분이 신기해하며 필자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유교문화이야기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풀어낼 생각을 하셨어요?” 그날의 강의내용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요즘은 너도 나도 종손이란다. 그런데 종손과 주손은 분명 다르다. 불천위조상을 모시고 있는 집의 장손을 종손이라 하고, 불천위조상을 모시지 않는 집의 5대 이상의 장손을 주손이라 하기 때문이다. 제사는 종류에 따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쓰는 제사가 있다. 이는 격이 높은 제사일수록 맛이 아닌 살아있는 기운을 우선한다는 혈·성·섬·숙의 원칙 때문이다. 이 원칙을 알고 나면 생고기 제사에 대한 혐오감은 어느새 신성함으로 바뀐다. 사당에 모셔진 신주나 위패는 하나 같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비치된 어린이용 의자처럼 생긴 키높이 의자에 놓여 있다. 이는 수천 년 전 공자가 살았던 고대중국의 제사예법에서 유래된 것으로, 시동(신의 역할을 대신한 아이)이 앉았던 의자의 풍습이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른의 이름을 말할 때 ‘홍, 길자, 동자’하는 식으로 말하라고 배웠고 또 가르쳤다. 하지만 그 이유가 ‘피휘’라고 하는 전통문화에 연유한다는 사실은 배운 적도 없고 가르친 적도 없다. 우리나라의 성씨는 세칭 당나귀 정씨, 꼭지 배씨처럼 성씨를 쓸 때 그들만의 고유한 글자체가 있다. 이는 점 하나 획 하나도 함부로 쓰지 않고 나름의 의미를 담고자한 선조들의 신중한 삶의 자세가 만들어낸 문화다. 요즘은 기제사에서 여성이 잔을 올리고 절을 하는 모습을 잘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주자가례를 비롯한 조선시대 우리나라 선비들이 편찬한 수많은 예서에는 분명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아헌은 맏며느리가 하라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으레 제사는 남자만의 전유물로 잘못 알고 있다.”
전통문화는 반드시 두 번 세 번 곱씹어봐야 한다. 그래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삶의 지혜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리타분함의 대명사인 유가문화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을 하면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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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전통문화 곱씹어보기](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3/20190328.0102308171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