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월에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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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5  |  수정 2019-04-05 07:41  |  발행일 2019-04-05 제16면
[문화산책] 사월에 울겠다

사월이 왔다. 벌써 봄의 첨병 같은 여린 꽃들이 지고 있다. 피의 희생이 많았던 사월, 책으로 배운 4·19혁명과 뒤늦게 깨달은 제주 4·3민중항쟁, 현실에서 목격한 4·16세월호 참사. 반추하기 싫지만, 세월호 참사는 살아오면서 내가 겪은 가장 큰 사회적 슬픔이다. 지금까지 명확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세상을 바꾼 촛불혁명의 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참혹한 슬픔의 분노다. 처음 방송을 통해 참사를 목격하고, 내가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겨우 SNS에 추모시를 올리거나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추모시를 낭독할 뿐, 유가족에게 실질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미안하고 막막했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 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를 인양하여 옮긴 목포항 부두에서 대구예술연대 일원으로 많은 추모객이 함께하는 세월호 3주기 추모 공연을 하였다. 공연이 끝난 후 삼다도 인근 모 식당에서 저녁밥을 먹는데, 대구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 공연을 왔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주문하지 않은 음식까지 대접해줄 때는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 그해 마지막 날에도 진도 팽목항 세월호 해넘이, 해돋이 굿판에 대구 시월문학회 회원으로 참여하여 추모시를 낭독했는데, 행사에 동참한 지역 전교조지회, 농민회, 진도북춤 전수관계자와 팽목항 분향소를 지키는 유가족들이 매우 반기면서 다양한 별미와 북춤공연, 숙박까지. 타지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구 사람이라는 이유로 극진한 대접을 받으니까, 너무 부끄러웠다.

해넘이 추모시를 낭독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유가족을 상징하는 노란 외투를 입은 분이 다가와 잠긴 목소리로 고맙다 하시더니,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울고 있었고, 어찌할 바를 몰라 곁에 서서 어둑해질 때까지 함께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분은 희생자 영석이 엄마였다. 새해 해돋이 굿판이 끝나고, 유가족이 끓여주는 떡국을 먹고 서성이다가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영석이 엄마에게 고개를 숙였더니, ‘이제는 가족도 찾아오지 않는 이곳에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고맙다. 나는 그날 이후, 가족에게 딸이 아니고, 아내가 아니고, 며느리도 아니다. 오로지 영석이 엄마로만 살겠다. 이곳에서 영석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데, 감히 자식을 잃은 엄마의 슬픔에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었다. 아직도 피눈물을 멈출 수 없는 사월에 시 한 편을 붙인다.

‘함부로 울지 않는다/ 울어야 한다면/ 꽃 피는 삼월이 아니라/ 억누르며 참았다가/ 꽃 지는 사월에 울겠다/ 이르게 진 꽃들이 떠 있는 바다를 보며/ 빈들에 깨어나는 함성을 기억하며/ 사월에 울겠다/ 삼월에 지는 오월 동백을 보더라도/ 사월에 울겠다.’

김종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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