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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석<대구문화관광해설사> |
지난 주말 필자는 ‘대구 3대문화 글로벌탐방’ 프로그램에 해설사 겸 강사로 참여했다. 지역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1박2일간 대구의 가야·신라·유교문화를 탐방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1·2기는 중국인 유학생이 대상이었고, 이번의 3기는 다국적 학생으로 편성되었다. 몽골·스웨덴·파키스탄·인도·베트남·우즈베키스탄·중국 등.
필자의 생각에 이번 탐방단의 핵심 키워드는 ‘톨레랑스(관용)’였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톨레랑스 정신은 종교에서 처음 시작되어 사회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사실 필자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는 이번 프로그램 시작을 앞두고 어느 정도의 좌충우돌은 예상을 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좌충우돌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그 중심에는 무슬림인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 유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구향교와 동화사 입장을 거부했다. 종교시설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대구국립박물관에서도 불교유물이 전시된 중세전시실은 그냥 패스했다. 플래카드를 들고 단체사진촬영을 할 때도 그들은 함께하지 않았다. 플래카드 양쪽에 캐리커처로 들어가 있는 갓바위(부처) 그림 때문이었다.
불로동 고분군에서도 그들은 기도용 양탄자를 들고 잠시 대열을 이탈했다가 다시 합류했다. 무슬림들이 하루 5번 한다는 기도 때문이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서의 점심시간. 그들은 할랄식품이 아니란 이유로 찜닭을 거부했다. 결국 그들은 공기밥에 계란프라이로 식사를 했다. 이때도 주방까지 들어와 프라이에 사용되는 기름이 혹여나 돼지기름이 아닌가 확인을 한 뒤 자신들이 직접 계란프라이를 했다. 저녁메뉴는 칼국수였다. 그런데 면 위에 얹는 고명은 물론이요, 육수조차 고기를 쓰면 안 된단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인근의 다른 식당을 이용했다. 다음날 아침 김밥에서 햄을 빼야 했고, 점심 비빔밥에도 고기 고명을 빼야 했다. 하지만 이번의 다국적 탐방단은 역시 ‘글로벌 탐방단’다웠다. 상대방의 문화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1박2일 동안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개항기를 전후한 시기, 우리는 톨레랑스에 실패했다. 타 문화에 대해 ‘다름’이 아닌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탓이다. 문화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같거나 다름의 문제인데도 말이다. 예로부터 예(禮)학자들을 가리켜 취송가(聚訟家)라 했다. 만났다하면 감 놔라 배 놔라 싸움만 한다하여 붙은 별칭이다. 예법이라는 것이 지역마다 좀 다르면 어떤가. 판소리에도 동편제·서편제가 있고, 말에도 전라도·경상도 사투리가 있는 법인데. 송은석<대구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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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톨레랑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4/20190411.0102107552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