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나아감과 물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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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8  |  수정 2019-04-18 07:56  |  발행일 2019-04-18 제23면
[문화산책] 나아감과 물러남
송은석<대구문화관광해설사>

옛 선비들이 갖춰야 할 미덕 중에 진퇴지절(進退之節)이라는 것이 있다. 나아가고 물러남에 절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비가 때를 만나 세상에 나아가거나 반대로 물러나야할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진난퇴이(進難退易)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나아가는 것은 어렵게 하고 물러나는 것은 쉽게 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이와 정반대인 상황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최근 국회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인 후보자들의 처신을 보면 그렇다. 그들의 행태는 진난퇴이가 아닌 ‘진이퇴난’이었다. 나아가는 일에는 하나같이 망설임이 없었고, 물러나야 할 때는 똥물을 뒤집어쓰는 일이 있더라도 버티고 또 버텼기에 하는 말이다.

유가에서는 부모, 임금, 스승에 대한 진퇴지절의 법도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부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하라고 가르친다. 만약 부모에게 허물이 있으면 3번 간하라. 그래도 부모가 들어주지 않으면 울면서 그냥 부모를 따라가라고 말이다. 이는 부모와 자식은 피로 맺어진 관계이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임금과 스승에 대해서는 좀 다르다. 임금에게 허물이 있으면 3번 간 하고, 그래도 임금이 들어주지 않으면 그 곁을 떠나라고 가르친다. 임금과 신하는 의로써 맺어진 관계이니 의가 깨어지면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3번 간했으나 들어주지 않으면 헤어져도 좋다고 가르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임금에 대해서는 면전에서 허물을 들추어내고 극간을 해도 되지만, 스승에 대해서는 허물은 들추어내도 좋으나 면전에서의 극간은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부모에 대해서는 허물 들추기도 극간도 모두 해서는 안 된다.

위 내용은 현실과는 괴리가 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면전에서의 극간, 허물 들추기, 그리고 결과에 따른 진퇴 여부 등의 의미를 잘 살펴보면 현대인의 진퇴지절의 법도로 삼아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특히 요즘처럼 나아가고 물러나는 일에 있어 법도가 문란해질 대로 문란해진 세상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임란의병장 곽재우 장군은 59세 때인 1610년, 광해군에게 상소문 하나를 올렸다. 또 읽어봐도 정말 명문이다.

‘임금이 그 신하의 계책을 들어주지 않으려면 그 신하를 물리침이 옳고, 신하가 임금에게 건의하였으나 그 의견이 행해지지 않으면 신하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습니다. 신의 계책을 들어주시지 않으면서 신에게 높은 벼슬만 내려주는 것은 사람 쓰는 도리가 아니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데도 중한 책임만 맡는 것은 임금을 섬기는 신하의 도리가 아니오니 신은 마땅히 물러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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