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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현희<제28회 전국무용제 총괄기획팀장> |
무대를 은퇴했다는 모교수의 연락을 받았다. 얼마 전 서울무대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단다. ‘벌써?’ 라는 생각과 함께 만감이 교차했다. 30대 서울에서 잘나가던 그가 지방대로 내려와 교수로 지내면서 가끔 만날 때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마침 대구에 일이 있어 온다는 그를 만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놓는 나의 모습을 그에게서 보곤 했다. 30대의 끊임없이 불타던 열정과 작업은 지방대에 내려와서 부딪히는 현실 때문이었는지 작업은 뜸하였고 얼마 전 공연으로 그는 무대를 내려놓았다. 지방에 내려온 이후 공부에 전념했다고 한다. 바꾸기를 원하는 자리가 아닌 바꿀 수 있는 자리에 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비움이 있었을지 가늠해 보게 된다.
예술이라는 세계 안에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지금 당장 바로 앞에 놓여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바쁘다. 열심히 움직이지만 계속 같은 공간에서 쳇바퀴가 돌아가고 있고 변화되거나 바뀌는 것도 그리 없다. 도덕적 문제를 인지하지 않은 상태로 감정에 충실하여 막말을 퍼붓는 사람들을 본다. 민낯이 드러난다. 그럴싸하게 치장을 했지만 가려지지 않는다. 개인의 내적 세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외적으로 드러난다. 나이 든 사람의 얼굴의 주름은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기야 요즘은 의학의 기술로 얼굴의 주름으로 가늠하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몸으로 나타나는 오래된 습관들은 그 사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피카소가 어린아이처럼 그리는데 평생이 걸렸고 모든 어린아이는 예술가라고 한 말이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고 울고 조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해결된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예술을 두고 조른다고 없는 것도 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아직도 예술을 무기로 남과 다르다는 착각 속에서 고귀한 예술가와 교육자들을 흉내내는 사람들을 본다. 한마디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블랙코미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기면 된다고 믿는 사람들 앞에 현실적 문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위해서 법적이고 도덕적인 생각과 방법들을 제시하고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다.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끝이 없다.
예술은 적나라하게 드러낸 육체를 거짓 없는 영혼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주름이 참 고귀하고 멋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오직 자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삶의 고귀한 정신이 스며들어 있는 민낯이고 싶다. 민낯을 드러낼 때 더 아름다운 예술가이고 싶다.
누군가는 말한다. ‘우리도 그 나이 때는 그랬다고’ 묻고 싶다. ‘왜 변할 수 없었는지를’장현희<제28회 전국무용제 총괄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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