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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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8  |  수정 2019-05-08 09:09  |  발행일 2019-05-08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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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룡<극단 삼산이수 대표>

간혹 ‘대구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따져 묻지 않고서야 그 속셈을 알 길은 없지만 ‘대구답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그리 썩 내키지 않을 이유도 없다. ‘대구스럽다’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개인의 취향에 맡겨야 하겠지만 ‘대구스럽다’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할 필요는 있겠다 싶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구를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은 차고도 넘친다. 게다가 서울의 대학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소극장이 밀집된 대명공연거리가 조성되어 있으며, 연중 뮤지컬, 연극, 오페라 등 공연예술 축제에다 한여름 더위를 브랜드화시킨 치맥 축제, 동성로 거리 축제, 컬러풀 페스티벌 등이 열린다. 가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대구스러움의 화려한 이면 외에 알짜배기 대구스러움으로 내실이 다져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자칫 수구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대구 사람’ ‘대구 소재’ ‘대구 이야기’의 육성과 발굴이 대구스러움의 맛깔을 내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구 이야기에 예쁜 옷을 입히고, 곱게 분칠을 해서 나들이시키는 것이 예술의 영역이니까 말이다. 막상 극을 올리려고 하니 마땅한 대구 이야기가 없다는 하소연을 들어서야 어찌 공연예술의 본고장을 자처할 수 있을까. ‘투란도트’는 올해 13년째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이 자체제작한 뮤지컬이다. 글로벌 뮤지컬 도시로 발돋움한 대구가 ‘투란도트’를 대표작으로 내세우기에는 옹색한 감이 있지 않은가!

기초의 영역이 튼실하면 뭐든지 쌓아올리기가 수월하기 마련이다. 부산이나 대전만 보더라도 희곡 공모를 통한 이야기 발굴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야기가 풍성해야 재미가 더해진다. 기성작가는 기성작가대로, 신예작가는 신예작가대로 활동의 영역을 보장해주는 기초예술의 적극적인 정책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지역 소재 발굴의 공연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몇 해 전 공연예술축제 참관차 베를린에 간 적이 있다. 그때 만난 뮤지컬 배우로부터 ‘대구’를 들은 적이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그 배우에게서 들은 ‘대구’는 설렘 그 자체였다. 대구가 국제적인 뮤지컬 도시임을 처음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대구의 이야기가 세계적인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것은 막연한 꿈이 아니다. 딤프가 판을 깔아놓았으니 이제 놀거리만 제대로 만들면 된다. 글로벌 뮤지컬 시장 그 중심에 대구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구스럽다’는 표현이 어깨 으쓱하게 만들려면 말이다.


 노하룡 (극단 삼산이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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