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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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0  |  수정 2019-05-20 09:47  |  발행일 2019-05-10 제16면
20190510

과거에 나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어 그 방법의 일환으로 디지털미디어아트를 선택해 공부를 시작했다. 공연예술의 카테고리를 넓히고 싶었다. 의욕은 넘쳤지만 지식은 부족했다. 수업 중 강의를 녹음해 다시 들으며 이해하기 위해 밤새운 적이 많았다. 현대 미술사를 공부할 때면 자연스레 무용사와 연계해 생각하게 되고 무용도 미술도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 동시대 예술가들끼리 다시 영향을 주고받은 점이 현시대와 같은 형태여서 예술사 그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러나 미래기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수업은 모르는 것 투성이여서 밤새 뒤쫓아 가느라 노력 없이는 공부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무용을 전공했던 나에게 디지털미디어아트는 공부해야 할 영역이 넓고도 넓었다. 그렇지만 깊게 제대로 알고 싶다는 의지가 공부를 지속가능하게 했고 지금도 나의 공부는 진행 중이다. 밤새워 혼자하는 공부와 달리 디지털미디어아트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소통하는 방식이 나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공연예술과 전시예술을 하는 작가가 가지는 간극일까. 거의 2년 내내 학과를 기웃거리며 내가 느낀 점은 작가로서 그들이 지닌 미학적 관점이 나에게 색다른 자극제가 되어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 가능한 여지를 주었으며 시간이 꽤나 흘렀을 때에는 서로에게 예술적 자극을 주고받는 사이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디지털미디어아트를 공부하면서 협업에 대한 제의를 많이 받았다. 무용가가 예술공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타 장르 예술가들 눈에 나는 무용가라는 인상이 꽤나 깊었나 보다. 예술사에서 말해 주듯. 동시대 예술가들이 주고받던 예술적 영감을 교류하며 자신의 예술방법이 성장했듯이 나도 그렇게 성장하고 싶었기에 박사 수료를 앞두고 타 장르의 협업 제의를 받아들여 시도했다. 작업하는 과정에 생겨난 작가 간 관점의 차이는 나를 다시 검증하게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또 다른 성장은 할 수 있었지만 결과물이 나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협업을 시도하는 작가의 관점이 같다고 하더라도 표현되어지는 작품에는 작가의 감성과 감각이 녹아 있기 때문에 참여 작가 모두의 예술적 성취감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날 존 케이지와 백남준 그리고 머스 커닝햄이 서로 주고받았던 예술적 영감이 미학적 가치관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음을 부정할 수 없듯이 예술가의 협업은 예술의 또 다른 시너지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예술 장르 간의 깊은 사색으로 인해 배울 수 있는 점은 무궁무진하다. 어쩌면 예술의 패러다임 안에서 서로의 예술적 도구가 다를 뿐 우리는 같은 것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지혜 (대구시립무용단 상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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