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함께하면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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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30  |  수정 2019-05-30 08:02  |  발행일 2019-05-30 제23면
[문화산책] 함께하면 좋은 사람
정혜진 <클라리네티스트>

세 사람이 힘을 합쳐 고마움을 표현한 재미있는 음악 작품이 있다. 일명 ‘F.A.E. 소나타’라는 독특한 제목의 이 작품은 작곡가 슈만의 아이디어로 탄생되었다. 이 곡은 슈만과 슈만의 제자 디트리히, 그리고 브람스가 한 악장씩 만들어 1853년 완성한 바이올린 소나타다.

당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아힘을 위해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여러 작곡가가 한 곡을 작곡하는 일은 드문 일이다. 총 네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의 1악장은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디트리히가, 2악장과 4악장은 서사적이고 문학적인 작품을 만들어온 슈만이, 3악장은 엄격한 형식주의를 추구해온 브람스가 만들었다. 그중 브람스가 만든 3악장 ‘스케르초’는 특히 유명해서 지금까지도 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다.

이 곡의 제목인 ‘F.A.E.’는 무슨 뜻일까. 독일어 ‘Frei Aber Einsam’의 앞 글자만 딴 것인데,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라는 뜻이다. 이 말은 요아힘이 즐겨 쓰던 격언이자 그의 모토이기에, 세명의 작곡가는 이 격언의 초성이자 음을 가진 ‘F(파)-A(라)-E(미)’를 각 악장의 첫머리마다 배치하는 재치를 보이기도 했다.

이 곡은 요아힘과 클라라 슈만에 의해 초연이 되었다. 악보에는 ‘친애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에게… 제목: F.A.E 소나타, 작곡가: 슈만·브람스·디트리히’라고 적어 놓았다. 작곡가들은 요아힘에게 각 악장을 누가 작곡했는지 알아맞히게 했는데, 그는 연주를 마친 후 각 악장의 작곡가를 모두 알아맞히었다고 한다.

친애하는 연주자를 위한, 세 명의 멋진 작곡가들의 우정과 사랑, 재치가 담긴 곡이라는 점에서 음악가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주자로서 마음과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동료 음악인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악을 대하는 마음과 생각을 공감하고 소통하며 좋은 음악을 선보일 때 그 행복과 감동은 음악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가끔 음악회에 연주자로 초청받았을 때 함께하는 출연진 중에 평소에 좋아하고 만나고 싶었던 연주자가 있으면 참 반갑고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처럼 음악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그 기쁨과 감동이 배가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슈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친구 연주자 요아힘에게 곡을 헌정한 세 친구의 우정이 후대에 널리 알려져 훈훈함을 더해주듯, 우리 주변의 따뜻한 마음과 순수한 열정을 가진, 함께하면 좋은사람들의 아름다운 음악이 더욱더 많이 울려퍼지길 바란다. 정혜진 <클라리네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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