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에서 온 백사자, 산타·동물 빛축제, 별빛 동화마을…즐겁고 반짝이는 연말

  • 이춘호
  • |
  • 입력 2019-12-20   |  발행일 2019-12-20 제34면   |  수정 2020-09-08
20191220
‘아이니 테마파크’의 명물로 사랑받고 있는 백사자 한쌍.
20191220
20191220
거대한 용궁에 들어온 듯한 동화를 콘셉트로 만든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골 초입에 있는 카페 ‘아이니’. 연말이면 지금은 갈 수 없는 어린시절의 느낌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 여러 세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20191220
 ‘아이니테마파크’에서 인기짱인 사랑새존. 손에 놓인 모이를 먹으려고 새들이 모여들고 있다.

앞산순환도로변 대덕식당에서 선지해장국으로 요기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 아이니(INI)를 찾았다. 여느 카페와 포스가 달랐다. 처음에는 무슨 유치원 건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붕에는 인어공주, 산호, 불가사리, 꽃게 등 어패류를 조형물로 만들어 올려놓았다. 언뜻 거대한 소라 형상의 작품처럼 보였다.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콘셉트로 오픈한 스토리텔링카페였다.

지난 7월 문을 연 아이니는 특수공법 때문에 1년 동안 공사가 진행됐다. 일반 거푸집을 이용해 콘크리트만 사용하면 손쉽게 지을 수 있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이 카페는 작가가 일일이 캐릭터를 조형물처럼 만들어 수를 놓듯 손작업을 통해 건물을 완성시켰다. 강화 시멘트의 일종인 GRC소재를 사용했다.

경관조명이 덧칠된 입구는 동화의 궁전 같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햄스터·토끼·거북이 인사를 한다. 실내는 소라의 몸통 안에 들어온 것처럼 인테리어를 했다. 바다에 어울릴 만한 각종 액세서리를 구비해 놓았다. 성탄절을 의미하는 리스류 장식볼, 풍선…. 그리고 테이블마다 대형 거미인 타란툴라, 보아뱀, 잉꼬 등 애완동물이 장착돼 있다.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황제와 여왕의 기분을 느끼게 하는 단체석에다 오드리헵번 캐릭터룸도 있다. 종유석 같은 기둥에는 LED로 만든 덩굴을 치렁치렁 달아 놓았다.

이날 처음 여기를 찾은 직장인 김희애·유난희씨는 위클리포유 송년호를 위해 기꺼이 해피한 포즈를 취해주었다. “오늘 처음 여기를 찾았는데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동요시절이 더욱 그립기만 한 어른들에게도 잠시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핫플레이스인 것 같아요.”


동화풍 카페·동물과 함께하는 송년
동화속 토끼·거북이 유년시절의 추억
희귀동물 등 60여종 실내애니멀파크
어른·아이 모두 잊지못할 특별한 경험


20191220
새로운 감각의 수제케이크시대를 열고 있는 대구 동구 신천동 케이크 전문점 ‘오 케이크’의 오경란 사장.


이 카페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그니처 메뉴는 ‘블루스피루니나’이다. 다른 카페에는 없는 메뉴다. 블루컬러 때문에 파도를 셔벗처럼 얼린 것같이 보인다. 천연 엽록소를 주재료로 해서 요거트를 첨가해 만들었다. 또한 앙버터토스트, 새우야채볶음밥 등도 인기다. 가족, 연인, 특히 실버세대에게도 유년시절의 추억을 돌이켜볼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듬뿍 담겨 있다.

다음날 대구스타디움몰 지하에 있는 ‘아이니테마파크’를 찾았다. 여기는 적잖은 규모의 실내 애니멀파크이다. 모형 공룡존도 있지만 그건 앞산 고산골에 조성된 공룡공원만 못하다. 여기를 찾은 사람들은 다른 데서 보기 힘든 희귀한 동물들한테 깊은 인상을 얻는다. 내가 가장 재밌고 즐거웠던 곳은 사랑새존. 30여마리의 잉꼬처럼 생긴 사랑새. 흰색, 노란색, 얼룩무늬 등 깃의 색깔도 다양하다. 부화 직후부터 인공적인 조건에서 조련시켜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순번이 된 관람객이 들어가면 사육사가 손바닥 위에 먹이를 올려준다. 1초도 안돼 10마리 이상이 손에 앉아 모이를 쪼아댄다. 손바닥에 들러붙는 부리질과 새발톱의 촉감이 이곳만의 힐링 포인트이다. 도심 공원의 유해 조수로 전락한 비둘기의 군집과는 차원이 다른 고품격 새떼의 습격(?). 웬만한 스트레스, 웬만한 갈등은 금세 해소가 될 것 같은 그림이다.

특히 독일에서 수입해 온 수천만원대의 백사자 한 쌍은 요즘 인기 절정이다. 사파리 사자보다 더 귀태가 난다. 덩치는 커도 고작 두 살. 격리용 강화유리 앞에서 사자의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게 이곳의 강점이다. 동행한 사육사가 쇠꼬챙이 끝에 닭날개 한 점을 꽂아 내게 건네준다. 조그마한 구멍에 그걸 끼웠다. 그걸 본 숫사자가 못 이긴 척 입맛을 다시며 다가와 빼먹고는 자기 자리로 간다.

국내에 딱 두 마리밖에 없다고 하는 대머리황새, 미국 드라마 ‘말괄량이 삐삐’에 나왔던 다람쥐원숭이, 만화영화 ‘마다가스카’에 출연했던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색소 결핍으로 몸통이 온통 하얀 알비노가 내게 짙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거북도 3종류(늑대·악어·육지거북)가 있다. 펭귄, 긴코 미국 너구리, 매머드 비둘기인 관비둘기, 벌레를 구멍에 넣자마자 부리나케 빼먹고 달아나는 수달, 그리고 닥터피시존. 낚시터에 오면 향어를 낚을 수 있다. 아쿠아스케치룸에 오면 아이가 그린 그림을 스캔해 바로 스크린에 노출시켜준다.

기존 아이를 위한 동물원 대다수는 구색갖추기용 동물원인 경우가 많다. 어른들에겐 그런 곳이 곤욕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긴 좀 다르다. 아이도 어른도 동시에 즐겁다. 그래서 연말연시 더욱 사랑을 받는다.

여긴 전세계에서 수입된 60여종의 비교적 급이 되는 동물이 세팅돼 있다. 10명의 사육사가 포진돼 있다. 잘 관리되어서 그런지 모든 동물의 시선에 초점이 살아 있다. 하나같이 초롱하다.

이 공간을 사업적으로 깔아놓은 사람은 ‘미스터 피터팬’으로 불리기도 하는 <주>아이니그룹 김준 대표. 파릇한 비즈니스를 하고 싶단다. 온 세대가 함께 힐링할 수 있는 차세대 테마파크를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일차적으로 아이니테마파크를 지었고 그걸 모티프로 해서 그 옆에 6개의 텐트룸이 있는 공룡카페도 오픈했다. 앞산 카페 아이니도 그 연장에 있다.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무선으로 원격조종이 가능한 신개념 모형차인 RC카로 옮겨갔다. 실제 공룡카페에 RC카를 위한 트랙도 마련했다. 내년 3월 롯데 대구역점에 RC카를 위한 파크를 운영할 작정이다. 노르만디상륙작전처럼 하나의 밀리터리 스토리를 다양한 미니어처 병기로 구현해내는 ‘RC페스티벌’도 기획 중이란다.

디저트 디자이너 오경란
유기농 재료 만든 케이크 10여종 엄선
연말연시 나만의 취향 스며든 콘셉트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선물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주택가. ‘오 케이크(O CAKE)’라 불리는 수제케이크 전문점이 있다. 오경란만의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그녀는 지역에서는 나름 인정을 받은 ‘케이크 조각가’로 불리는 디저트 디자이너.

12월은 24시간 비상이다. 이미 크리스마스 이브용 케이크 주문은 완료된 상태. 전날에는 잠과 휴식을 반납하고 얼추 30개를 죽어라 만들어야 된다.

케이크 틀이 되는 시트를 굽고, 그 위에 유기농 우유로 만든 생크림을 바르며 아이싱을 하고 마지막엔 데커레이션까지. 잔손질이 너무 많이 간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게 요즈음이다. 보통 냉동 생지를 오브닝해서 파는 공장형 유명 빵집 케이크는 점차 골목에 숨어 있는 수제케이크 전문점한테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요즘 소비자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를 선물하고 받고 싶어한다. 상품이 아니라 작품 같은 케이크. 그걸 오경란 사장이 추구해 간다. 보기도 좋아야 하지만 먹은 뒤 건강에도 지장을 주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돈을 더 주고 더 좋은 식재료를 확보한다. 유화제, 버터, 식용색소도 사용하지 않는다. 예약 받은 만큼만 가능한 한 빨리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다.

특히 연말연시 자기만의 취향이 스며들어간 콘셉트 케이크를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예약판매를 한다. 트리형 딸기초코케이크, 파스텔톤이 인상적인 웨딩드레스에서 모티프를 얻은 프릴형 케이크, 딸기·포도·블루베리·복숭아·청포도 등 10여가지 과일을 주제로 한 ‘과일잔치’란 과일케이크, 화이트초콜릿을 이용한 말차마틸다, 바나나와 누텔라 시럽을 이용한 누텔라바나나, 당근케이크 등 10여종의 케이크를 엄선해 판다. 헤이즐넛딥초코 등 4종류의 쿠키도 구비돼 있다.

오 사장 이외 두 명의 파트너가 이 공간에서 윈윈활동을 한다. ‘페이퍼콤마’라는 디자인 브랜드를 가진 캘리그래피 및 시각디자이너인 진은주씨,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임대호씨는 미디어아티스트로 이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실내 안내문, 메뉴판 등의 글꼴은 캘리글씨 전문가인 진씨가 담당한다.

오 사장은 대학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 특히 신개념 도자기와 가구 디자인에 올인했다. 첫 직장은 조명 회사 디자인 부서에서 1년 정도 일했다. 적성이 안 맞아 독립을 했다. 2015년 대구 중구 봉산동에서 ‘오 케이크’란 카페를 열고 케이크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왔다. 당시에는 케이크 전문가가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곳곳에 케이크 전문점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케이크에 대한 욕망이 진화한 탓이다.

별별 빛의 축제
수성못 들안로 구간 ‘수성빛예술제’
깡통 재활용 에코등·음악 불빛 재미
국채보상운동공원·가창 등 빛의 향연


20191220
나무를 타고 오르는 신개념 산타클로스. 대구 수성못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수성빛예술제’에 오면 볼 수 있다.
20191220
‘제1회 수성못빛예술제’를 수놓을 재활용품 에코등.


오늘(20일)부터 24일간 대구 수성못은 불빛으로 장식된다. ‘제1회 수성빛예술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수성구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이듬해 2월28일까지 들안로(들안길삼거리~상화네거리) 양쪽 620m 구간에 야간 경관조명 및 조형물을 설치하고 ‘들안길 빛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들안길 주변 상가의 밝은 대형간판 불빛으로 경관 조명의 효과가 낮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수성구는 들안길 빛축제를 보완해 올해부터 빛예술제를 개최한다.

행사에 앞서 현장을 방문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표구철 등 11명의 작가가 꾸며놓은 작품존보다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커피잔, 페트병, 깡통 등을 재활용한 ‘에코등’이다. 관내 유치원은 물론 경로당 어르신까지 동참해 모두 6천125점을 만들어 이걸 줄로 연결해 상화동산 초입에서 동쪽 산책로 데크 주변에 매달았다. 또한 상화동산 앞 원형 잔디밭에는 음악에 따라 불빛이 연동해 움직이는 라이팅스틱존도 재미를 줄 것 같다. 동쪽 메인 데크에는 박상언 작가의 ‘휴식으로 가는 길’이란 제목의 LED큐브등이 상자처럼 쌓인다. 또한 나무를 기어올라가는 코믹한 산타클로스는 기존 천편일률적인 산타클로스 모습을 넘어서고 있다. 남쪽 구역에는 표구철 작가의 한지등이 걸린다. 이밖에 오색 모빌, 소원등, 동물조명 등이 곳곳에 세팅된다. 이미 대형트리도 수성관광호텔 입구 맞은편 광장에 세워졌다.

이밖에 빛 테마파크인 청도 프로방스는 물론 달성군 가창면 포레스트12 스파밸리, 대구숲, 이랜드, 수성랜드, 현풍로 앞산카페거리, 중구청 국채보상운동공원의 불빛도 놓칠 수 없다. 특히 프로방스의 1천만개의 LED조명은 백설공주 등의 별빛동화마을은 물론 커플을 겨냥한 프러포즈로드, 러브로드, 큐피드로드도 화려하게 밝힌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