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림첨단산업, 공군승 대표이사 인터뷰

  • 서정혁,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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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1 08:00  |  수정 2019-12-21 08:22  |  발행일 2019-12-21 제13면
“압력밥솥 개조해 테스트기 활용…대기업에 납품한 것이 성장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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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승 대표이사<사진>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물건은 ‘압력밥솥’이다. 압력밥솥은 공 대표에게 성림첨단산업이 어려운 경제를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보물같은 존재다.

압력밥솥은 1996년 통상산업부 장관의 연말선물이었다. 공 대표는 당시 고압고습테스트기 설비 설치로 고민하고 있었다. 삼성전기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테스트기가 필요했지만 5천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문제였다. 자금을 융통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삼성전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일을 포기하고 있었다.

실의에 차 있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삼성전기가 제작한 모터는 삼성전자에 납품되고, 삼성전자는 OEM방식으로 캠코더를 제작해 캐논에 보냈다. 하지만 생산된 제품 대부분이 불량이 났고 삼성과 캐논 모두 혼란에 빠졌다. 이에 한 업계관계자가 대구에 있는 성림첨단산업을 추천했고 캐논의 품질 실장 등이 대구를 방문했다.

공 대표는 테스트기를 대체할 방법으로 압력밥솥을 떠올렸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고가의 테스트기와 압력밥솥의 원리는 같았다. 공 대표는 압력밥솥을 개조해 실제 테스트기를 만들어 냈다. 7만원가량의 압력밥솥이 5천만원가량의 테스트기로 탄생한 순간이었다. 캐논 품질 실장은 테스트기를 시연한 후 ‘성림첨단산업의 테스트를 거쳐 생산된 제품 외에는 캐논 제품에 사용하지 말 것’이란 요구조건을 적어 현장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성림첨단산업이 7만원짜리 밥솥으로 삼성전기에 입성하는 순간이었다.

7만원짜리 밥솥을 5천만원가량의 테스트기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전공과 관련이 있다. 1991년 경북대 금속공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서 배웠던 지식들이 도움이 됐다.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 대기업 취업이 확정됐지만, 그는 대기업 입사를 포기했다. 강의시간에 배웠던 희토류가 가진 잠재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희토류를 취급하는 기업에 입사를 결심했다. 공 대표의 대기업 입사를 축하하던 교수는 실망감에 공 대표와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공 대표는 희토류는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3년 정도 직장에 다니던 그는 1994년 성림첨단산업<주>을 설립했다.

외환위기와 화재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공 대표와 직원들은 한마음으로 고난을 이겨냈다. 이들의 노력으로 2013년 5천만불 수출탑 성공을 이뤄냈으며 2014년에는 현대자동차와 구동모터용 영구자석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분야를 확장했다.

공군승 대표이사는 “1999년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공장 등 모든 것이 불에 타 포기하고 싶었다. 화재현장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화재현장을 정리하고 남은 제품을 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그들의 위로에 힘을 냈다”며 “모두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내자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글=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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