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푸드로드] 구미...청년사업가가 개발한 새로운 맛 주꾸미·돼지껍데기, 또 생각나는 맛 곱창전골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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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4   |  발행일 2020-02-14 제35면   |  수정 202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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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기질의 박창욱 사장의 마인드 때문에 주꾸미요리 특수를 일으킨 낭만연구소 산하 '낭만쭈꾸미' 메인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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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껍데기 요리의 신지평을 개척한 '청춘껍데기'의 세 껍데기 요리인 누드·벌집·실껍데기. 전문 제작된 불판 때문에 연기가 별로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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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성로 연탄돼지불고기를 연상시키는 '김가네 족발'의 인기 메뉴인 연탄불족발이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굽히고 있다.

◆선산곱창 이야기

매운탕과 통닭의 스토리는 구미판 곱창전골로 접어든다. '곱창요리'라고 하면 당연히 대구가 배타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 성당못 도축장 시절부터 시작된 '버들식당'의 곱창전골 때문이다. 그런데 구미를 둘러보면서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대구는 곱막창구이가 강세라면, 구미는 전골이라야 힘을 발휘한다.

이야기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산읍 동부리 축협 앞에 훗날 '곱창할매'로 불리는 강선희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대한식당이었다. 그런데 20년 전부터 단골 때문에 '대한곱창'으로 상호가 바뀐다.

90년대 후반 새로운 라이벌이 나타난다. 김태주 선산곱창이다. 이후 이동근, 이인영, 신상철, 정하용, 최영덕 등 숱한 전골 전사가 자기 이름 옆에 선산곱창을 붙였다. 2005~2010년 라이벌의 곱창춘추전국시대가 열린다.

곱창할매는 13년 전 71세로 고단한 삶을 마감한다. 아들(이성구)은 간판에 모친의 얼굴을 붙였다. 세 딸도 모두 가업을 잇는다. 10년 전 대구에 수성점을 내면서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재밌는 업주가 있다. 김천 출신의 정하용이다. 그는 전산 전문가로 모 은행에 다녔지만 IMF 외환위기가 그를 곱창식당 사장으로 만든다. 2009년 구미 대신 대구로 와 서구 원대동2가에서 출발한다.

선산곱창의 가장 큰 특징은 겉절이 배추를 메인 식재료로 사용한다는 것. 돼지곱창만 사용한다. 곱창의 제한적인 식감을 보충해주기 위해 염통, 오소리, 기름기가 많은 물렁살 등 돼지의 5개 부위를 잘 활용한다. 대한곱창은 3가지(곱창·오소리·염통)만 사용한다. 묵은지는 김치찌개 같은 맛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마지막엔 밥을 볶아 먹는다.

선산읍 곱창 할매가 내 건 '대한곱창'
곱창·오소리·염통 3가지 재료만 사용
돼지곱창·겉절이배추 쓰는 '선산곱창'

돼지껍데기 식감 잘살린 '청춘껍데기'
칼집·초벌강도·전용불판·소스 개발

맵지 않은 대중적 맛 낸 '낭만쭈꾸미'
부모님 함께오면 무료대접 감성마케팅

새마을중앙시장 연탄불로 굽는 족발
입맛 돋는 부침개·홍두깨 할매 칼국수

60년 전통 모둠돼지수육 '정마담 식당'
사태살 등 7~ 8종·푸짐한 곁반찬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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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서 새로운 맛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 구미새마을중앙시장 동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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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새마을중앙시장에서 꽤나 유명한 '홍두깨 할매'가 칼국수를 뽑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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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개 식당이 밀집돼 있는 중앙시장 국수골목 전경.


◆청년사업가를 찾아서

주꾸미 돌풍을 일으킨 낭만연구소의 '낭만쭈꾸미'를 개발한 박창욱 소장, 그리고 고기 요리의 신(新)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청춘껍데기'의 김종열 사장의 행보는 외식업 춘추전국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남구미IC에서 가까운 신평동 먹거리타운 중심부에 있는 청춘껍데기 본점. 영양군 수비면 출신인 그는 경산 미래대학 호텔조리학과를 다니다가 학업을 접고 구미 LG 디스플레이에 들어가 6년 근무하다가 2006년 외식업에 뛰어든다. 구평동에서 '얼큰이'라는 닭요리 전문점을 연다. 고생한 모친을 생각해 오픈한 것이다. 아버지는 간암으로 작고한다. 모친은 약초꾼의 삶을 짊어진다. 툭하면 밤늦게 오는 모친을 위해 찜닭 등을 직접 만들었다. 그때 감각을 이용해 매콤한 찜닭, 뼈없는 불닭발 등을 팔아 기반을 다진다. 이어 인동에서 삼겹살 전문점인 '아주 특별한 대패란 삼겹살'을 연다. 3탄은 진평동에서 '아주 특별한 고기'란 돼지구이 전문점을 낸다. 그는 이 가게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돼지껍데기를 내게 된다.

껍데기 메뉴 라인업은 최근 맛 본 음식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껍데기 식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초벌의 강도, 다양한 버전의 칼집 넣기, 껍데기 전용 불판 제작, 메뉴별 소스를 모두 개발해 냈다. 껍데기도 한 종류가 아니다. 모양에 따라 삼겹살처럼 썰어낸 '비너스 껍데기', 칼집을 엇갈리게 집어넣어 양쪽을 당기면 그물망처럼 펴지도록 한 '벌집 껍데기', 마지막엔 칼집 간격을 촘촘하게 만들고 나중에 가위로 국수발 굵기로 썰어먹도록 한 '실 껍데기' 등 3종류로 나눠진다.

껍데기인데 삼겹살, 육포, 소고기 맛까지 풍겨 나온다. 이게 정말 껍데기인가란 의구심이 든다. 그는 껍데기 식감을 다각도로 연구했다. 일반 석쇠는 잘 탄다. 쉽게 타지 않는 게 선철이란 사실을 알고 100여 개의 벌집 구멍을 낸 불판을 만들고 검은빛이 나도록 들기름 코팅 기법으로 길을 냈다. 불판을 만들다 보니 통도리구이기계와 3단불판, VW자 불판까지 개발하기에 이른다.

다음에 그가 소 특수부위로 추천한 건 오드레기(소 심장 옆 힘줄). 이건 연탄으로 구워낸 북성로 돼지불고기에 차돌박이와 오돌뼈가 궁합을 맞춘 맛이다. 삼겹살도 초벌구이를 할 때 대파를 이용해 파기름을 가미시켜 풍미를 증폭시킨 뒤 손님 불판으로 옮긴다. 내친김에 칼집 부위에 소고기를 얇게 집어넣은 '불고기 껍데기'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소스도 다양하게 만들었다. 마약사골소스, 갈치속젓, 카페, 콩가루, 간장소스 등을 내준다.

그는 요식에 올인하다 보니 외식업의 모든 파트를 스스로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깊은 몰입, 그게 다른 능력을 특화 시켜주었다. 요리자격증, 부동산, 법무, 건축 인테리어, 소스 등도 개발하고 결국 식품제조공장까지 오픈하기에 이른다.

◆낭만연구소의 '낭만쭈꾸미'

낭만과 추억, 그리고 지는 노을의 주황색을 너무 좋아하는 사내가 있다. 박창욱(37). 그는 훗날 경부선 구미 고속도로변에 사옥 격인 낭만연구소 본사를 짓고 그 빌딩 4층에 석양 포토존 '낭만 카페'를 열었다. 빌딩을 온통 통유리창으로 치장했다. 옥상 카페에 올라보면 저 멀리 김천 직지사를 품은 황악산의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붉은 노을 빛깔을 닮은 고추장 소스로 만든 주꾸미, 그걸 이 연구소에선 '낭만쭈꾸미'라고 한다. 그는 모든 사업 아이템에 낭만을 접두사처럼 붙인다.

경산 문명고를 졸업한 그는 대학도 중퇴하고 포항으로 간다. 삼성 계열사에서 1년가량 일을 하다가 영천시로 건너와 느닷없이 '토닥토닥 낭만가인'이라는 카페를 오픈한다. 그는 독학으로 커피 생두를 볶아 커피를 추출하는 법을 익혔다. 어느 날 구미 진평동에서 '용두동 쭈꾸미'란 식당을 꾸려가는 누나로부터 긴급호출을 받는다. 그는 매콤한 주꾸미를 별로 맵지 않게 간을 새롭게 하고 밑반찬도 대중적인 것으로 바꾼다. 그는 연극배우 기질을 십분 활용해 낭만쭈꾸미 특수를 일으킨다. 그걸 기반으로 가맹사업을 벌였고 최근에는 서울로도 진출했다.

그는 판에 박힌 방식으로 손님을 응대하지 않았다. 손님 테이블로 다가가서 내기를 건다. 자신이 손님을 웃기면 손님은 주인이 볶은 주꾸미를 말끔히 먹고 가야 하고 만약 웃기지 못하면 주인이 벌칙으로 음료수를 공짜로 주겠다고 했다.

2018년 7월 전국을 뒤져 근처에 공원이 있고 맑은 하천이 흐르고 고속도로와 인접한 땅을 물색했다. 그래서 찜한 곳이 바로 여기다. 구미역과 터미널이 지척인 고속도로 바로 옆에 '낭만연구소'란 사옥을 연다. 통유리창 300개로 매머드 클래스 큐빅 같은 빌딩을 만들었다.

감성마케팅 일환으로 부모를 모시고 오면 무료로 대접한다. 그는 매장에 들어갈 문구를 직접 디자인한다. '아들내미 군대 간 마음으로 밥을 퍼 드립니다' '병으로 견제구 금지, 맛이 없으면 일단 욕부터 하세요'…. 그러면서 불만을 즉시 소통할 수 있게 메뉴판에 자기 전화번호도 노출시킨다. 본사에서는 몇 번 공연도 하고 원하는 이에게 공연 장소도 대여해준다.

◆구미 별미

일단 구미역에서 가까운 새마을중앙시장에 가라. 동서 간 남북 간 두 길이 있다. 여느 시장과 달리 재밌는 가게가 군데군데 짱박혀 있다. 동문 초입을 지키는 장옥자씨는 제사용 부침개를 전문적으로 판다. 그 옆에 종일 고개를 숙이고 홍두깨로 칼국수를 빚는 홍두깨할매도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족발과 순대국밥 골목을 보러 가다가 가게 정체가 불투명한 데를 만났다. 추어탕과 국수 버전에 커피숍 버전이 합쳐져 있다. 캘리그래피에 재능이 있는 안금채씨는 이전 커피숍 사업을 왕창 말아먹고 모친의 성화에 못이겨 2년 전부터 커피 끓이며 식당을 지킨다. 컵홀더에 캘리체로 좋은 글귀를 많이 적어준 덕분에 이젠 별도 액자주문까지 받고 있다.

백종원이 찾아와 유명해진 '김가네족발'. 이소정 사장은 30년 전 대구 북성로 연탄불고기처럼 연탄불로 '연족(연탄불족발)'을 구워 판다. 처음에는 양품점을 하다가 여의치 않아 연족으로 변신해 순항 중이다. 장남 이종규가 가업을 이었다. 국수골목에는 약 20개 가게가 모여있다. 입구 '대원국수' 최정분 사장이 40년째 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동문 입구 '구미강정'은 13년째 여기를 지킨다.

모둠돼지수육은 선산읍의 '정마담 식당'이다. 창업주 정춘연씨가 58년 개업한다. 정 사장은 단골에게 정 마담으로 통한다. 아들(김호권) 내외가 2대째 가업을 이었다. 모둠 수육에는 사태살, 항정살, 목살, 볼살 등 7~8종이 올라가고 부위별 소스도 개발했다. 곁반찬이 푸짐하기로 유명하다.

복어는 1970년 구미역 앞에서 출발한 원평동 '싱글벙글 복어', 78년 일식집으로 시작했지만 알탕으로 유명해지면서 아예 '동광 알탕'으로 상호를 변경한 공단2동 동광알탕은 알탕 전문점이다. 순두부는 '팔팔 순두부', 그리고 숯불구이는 25년 역사의 구미시 장천면 상장리 '장천식육 식당'이 알아준다. 이 식당 뭇국도 팬이 많다. 늘 정정한 자세로 기름에 범벅된 혓바닥을 중립코너로 몰아준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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