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헨리 조지의 진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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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1   |  발행일 2020-02-21 제22면   |  수정 2020-02-21
토지공개념 시조 헨리 조지
보수선 정부 정책 연관시켜
'부동산 사회주의'라고 비난
정책기조, 사상과 관련 없어
매도 위한 가짜뉴스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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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헨리 조지는 부동산문제가 심각해질 때면 소환되는 인물이다. 그는 토지불로소득이 불평등과 주기적 불황의 원인임을 갈파했던 19세기 후반 미국의 경제학자다. 한국에는 토지공개념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시장경제를 옹호했고 정부의 비대화와 자의적 규제에 부정적이었으며 노력소득 과세를 반대했다. 그래서 외국 학계에서는 자유지상주의자로 분류된다. 단, 토지보유세로 토지불로소득을 완전 차단할 것을 주장했다는 면에서 래디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은 재화나 소득을 얻으려면 상응하는 대가나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땀과 희생이 없이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므로 풍족히 살기 원하는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고 일할 수밖에 없다. 모든 구성원이 이런 자세로 살면 경제는 자동 활성화된다. 기존 경제체제 중 자본주의가 최고의 성장률을 보인 것은 이런 장치가 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면서도 불로소득 취득을 허용하는 사회도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불로소득 취득 기회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땀 흘려 일하기보다 기회를 한번 잘 잡아 일확천금하는 데 마음을 쏟게 된다. 부동산은 불로소득을 낳는 대표적인 자원이다. 다른 어떤 시장보다 부동산시장에서 투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헨리 조지는 토지에서 생기는 지대소득을 조세로 환수해서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실현되면, 부동산 보유만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누리기는 어려워지고, 국민의 관심은 땀과 희생으로 노력소득을 얻는 일에 기울어진다. 그러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이 살아나고 경제는 큰 활력을 얻기 마련이다. 요컨대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들고자 했던 자유주의 계열의 개혁가였다.

그런데 그에 대한 국내 보수세력의 평가는 정말 이상하다. '토지국유화의 공산 논리' '사회주의적 유령' '미국식 사회주의자' 등의 표현이 보수 언론의 지면을 마구 장식하니 말이다. 진정한 자본주의의 실현을 위해 일생을 바쳤던 사상가를 사회주의자로 몰아붙이다니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헨리 조지가 살아와서 이 말을 듣는다면 억장이 무너질 법하다.

가만히 살피면 그를 사회주의자로 매도하는 사람들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를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지대개혁을 지지했던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토지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는가 하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부동산 사회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정치적 의도에서 하는 주장이라서 그런지 거짓말은 예사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두고 "19세기의 유령이 21세기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형국"(중앙일보 2020. 1. 16)이라 쓰질 않나,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대표적인 조지스트로 규정하질 않나(아주경제 2020. 2. 2). 그러나 문 정부 정책의 기조는 헨리 조지 사상과 별 관련이 없고(문 정부는 내내 보유세 강화 정책에 미온적이었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와 강기정 수석은 헨리 조지와 전혀 무관하다. 중앙일보 논설주간은 1월21일자 칼럼에서 러시아 혁명 후의 사회주의사회를 헨리 조지의 '유령'이 장악했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은 다 어디로 가고, 헨리 조지가 러시아와 중국의 사회주의를 좌우했단 말인가.

아무리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라 해도 이는 지나치다. 보수세력의 지성과 양심이 심각하게 퇴락하고 있어서 참으로 우려스럽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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