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위해 땀 더 쏟겠다"는 김부겸 말이 든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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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7   |  발행일 2020-04-17 제23면   |  수정 2020-04-17

4·15 총선에서 대구경북(이하 TK)은 '보수의 본산'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25개 선거구 모두 보수 후보가 싹쓸이했다. 미래통합당의 대승을 점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부와 여당이 오만에 빠지거나 실정하지 않게 견제할 수 있도록 제1야당인 통합당에 TK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몰빵'으로 비하되는 지역주의 일당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준엄한 '민심의 발로'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TK에 통합당 이외 다른 정당 당선자가 없어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건 유감이다. 통합 상생의 정치가 요원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도 없지 않다. 지지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세가 두드러진다. 낙선 김부겸 의원이 40%에 가까운 지지율을 올린 것을 비롯해 허대만·김현권·홍의락·이재용·이승천 등 30%를 넘는 지지율로 가능성을 보인 민주당 후보들이 적지 않다.

우려되는 부분은 중앙 정부 및 여권과의 소통 문제다. 대형 사업 추진 등 중요한 때 야당 일색으로는 정부 여당의 협조를 얻어내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김부겸(대구 수성구갑), 홍의락(대구 북구을), 김현권(비례) 등 여당 의원들이 대구경북의 현안에 대해 정부 여당과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했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가 초래한 심각한 위기국면 아닌가. 감염자가 많고 피해 규모가 큰 대구경북에는 정부의 전폭적이고 획기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의원의 부재는 위기 대처의 심대한 취약점이다.

김부겸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 낙선인사를 통해 "영남이 문전옥답이 되도록 더 많은 땀을 쏟겠다"고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주의 극복과 통합의 정치를 위해 다시 일어서겠다"면서 "오늘 실패한 농부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고 했다. 고마운 발심(發心)이다. 염치없지만 그의 역할에 여전히 기대야 할 대구경북의 현안이 너무 많다. '김부겸 정치는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한 것처럼 이 같은 노력이 계속되는 한 이번 총선은 끝이 아니라 김부겸을 또 다른 길로 인도할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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