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길따라…떠나자! 상주 핫플레이스] <5> 회상나루와 회상나루 관광지

  • 류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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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9   |  발행일 2020-07-09 제11면   |  수정 2020-07-09
사라졌던 낙동강 옛 나루, 객주·주막촌으로 새롭게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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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나루 관광지의 학 전망대. 높이 11.9m 지상 2층 규모의 철골구조물로, 사방이 트여 경천섬을 비롯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떠난 이가 돌아오는 곳이라 했다. 그래서 회곡(回谷)이라 불렀다. 경천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너른 들을 가진 땅, 상주시 중동면 회상리(回上里)다. 그 강가에 나루가 있었다. 회상리와 강 건너 상주시 도남동을 잇는 나루였다. 광해군 때 편찬된 '상산지'에는 회곡진(回谷津)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회촌진(回村津) 혹은 회동진(檜洞津)이라고도 했다. 회곡진은 중동이나 예천 풍양에서 상주로, 상주에서 의성·안동으로 연결되는 지름길이었다. 그 길로 목재나 농산물이 운송되었고 사람들이 오고 갔다. 나루터 주변에는 객주촌이 있었고 선창의 술집은 1980년대까지도 그곳에 있었다. 낙동강에 다리가 놓이면서 나루는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지금 그 강가에는 새로운 나루가 서 있다. 새 옷을 차려입고 등을 곧추세워 먼 데를 바라보며….

#1. 다리를 건너…

상주 자전거박물관 앞에서 경천교를 건너면 회상리다. 마을의 중심은 회골로 낙동강이 굽이 도는 위에 있다 하여 회상이라고도 하고, 회(灰)가 많이 난다고 횟골로도 불렸다. 그래서 회곡진은 회상나루이고 횟골나루이기도 했다. 나루는 경천교 바로 위쪽에 있었다고 한다. 꽤 큰 규모였다고 전한다. 처음에는 목선이 드나들었다가 점차 쇠퇴해 사라졌고 이후에는 양쪽 강변에 쇠줄을 연결한 철선이 사람을 태우고 다녔다고 한다.

경천교 동단 도롯가에 '옛 회상 횟골 나루터' 표지석이 서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향하면 마을이다. 오른쪽으로 향하면 800m 거리에 '회상나루 관광지'가 있다. 사라진 옛 나루를 새롭게 재현한 신(新)나루다. 새로운 나루는 경천섬과 낙강교로 이어져 있다. 경천섬은 중동면 오상리에 속해 있지만 섬에서 낙강교를 건너 첫발이 닿는 땅은 회상리다. 섬에서부터, 그리고 다리를 건너는 동안 새로운 회상나루의 면면은 점점 선명하게 다가온다. 날아갈 듯한 기와지붕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나 산 중턱에 불쑥 솟은 전망대와 같은 것들 말이다.


상주서 의성·안동 연결하는 지름길
1980년대 낙동강 다리 생기며 사라져
최근 한옥 객주촌 조성 등 관광지로

전망대서 바라본 낙동강 풍경 일품
상주보~경천대 4~5㎞ 한눈에 조망



다리를 건너는 동안 정면에서 시선을 덥석 잡아채는 것은 비봉산에서부터 옛 나루터를 향해 스르르 낮아지는 산줄기다. 물속에서부터 힘차게 솟구친 비봉산이 물기를 털고 한 걸음 물러나 동봉으로 흐르고, 그 줄기는 횟골 남쪽에 둘러선 '남산'과 '천방골산'으로 이어져 옛 나루터 쪽에서 멈춘다. 그 인근을 통칭해 '회상뱃가'라고 한다. 뱃가 너머는 들이다. 경천대에서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들, 상주시 홍보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바로 그 들, '버리바우들'이다. 상주지역에서는 '보리'를 '버리'라고도 한단다. 현대의 지도에는 '보리밭들'이라고 되어 있다. 이 외에도 뱃가들, 참나무모리, 도동말기, 골밭, 회상들 등이 그 너른 들의 조각들이다. 사라진 것들이 섭섭하고 뜻 모를 옛 이름들에 애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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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나루 관광지 내에 조성된 객주촌은 13개의 객실을 마련해 한옥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마루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낙조가 일품이다.
#2. 회상나루 관광지

그러니까 회상나루 관광지는 비봉산에서부터 옛 나루터를 향해 낮아지는 산줄기 아래에 조성되어 있다. 산기슭과 물기슭이 만나는 좁고 긴 땅이다. 예전에는 이 땅을 '갱다불골' 또는 '갱다불들'이라 했다. '갱다불'은 '뱃가에서 청룡사 가는 곳에 있는 들'로 회상리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땅이었고 소가 짐을 실어 날랐다고 한다. 지금은 '갱다불길'이고 자동차가 달리며 그 길 연변에 회상나루 관광지가 가지런히 다듬고 가꾸어 놓은 공원으로 자리한다.

낙강교에서 내려서면 오른쪽에 잘 전지된 오래된 사과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예전에 이 일대는 과수원이었고 '뒷개들'이라 불렀다. 그 뒤편에 회상나루 관광지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자리도 사과나무가 자라던 뒷개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면으로 보이는 길고 낮은 건물은 '낙동강문학관'이다. 나루터에서 일어난 각종 문학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낙강시제의 전통을 계승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시시설, 사랑방, 창작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이 잠겨 있어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인적 없는 텅 빈 마당의 고즈넉함이 흡족했다.

문학관 앞 길가에 '회상나루 관광지'라 새겨진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다소 으리으리한 한옥들의 군집은 객주촌으로 펜션이다. 13개의 객실에 객실마다 방 2~3개, 거실, 욕실,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편의시설이 완비돼 리조트 같은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거실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 낙조가 일품이다. 강변을 따라 조금 더 가면 주막촌이 나타난다. 주막촌은 '백강정'이라는 규모 큰 한식당이다. '시의전서'를 바탕으로 한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시의전서'는 19세기 말엽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요리책이다. 상주의 반가에서 소장해온 것으로 경상도 지역의 양반집 음식 조리법으로 짐작된다. 더 나아가면 MBC 드라마 '상도(商道)' 세트장이 있다. 초가와 정자, 방앗간 등 마을 규모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산 중턱의 전망대가 있다. '학(철새)전망대'다. 문학관 뒤편으로 일방통행로를 내어 승용차가 전망대 바로 아래까지 오를 수 있지만 길이 좁고 가파르니 걷기를 추천한다. 상당히 비탈진 길이라 느리게 설렁설렁 걸어야 하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

학 전망대는 지상 2층 규모로 높이 11.9m의 철골구조물이다. 2013년에 준공되었으며 전체적으로 학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사방이 트여있고 난간은 유리로 되어있어 무방비로 펼쳐진 세상을 학의 품에 안겨 주유하는 느낌이다. 경천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왼편으로는 비봉산 중턱에 걸터앉은 청룡사가 보이고 그 아래 강물 위에 뜬 폰툰길이 덤밑을 휘돌아 저편으로 사라지는 모습도 보인다. 오른편으로는 자전거 박물관과 경천교, 회상리의 버리바우들을 감싸고 도는 낙동강이 보인다. 상주보에서 경천대까지의 4~5㎞ 길이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중동면은 상주시의 24개 읍면동 가운데 유일하게 낙동강 동쪽에 위치해 있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반도다. 그래서 중동면에는 회상나루 외에도 많은 나루가 있었고 또 사라졌다. 전망대에서 강물을 보면 마치 이 땅이 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물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들, 이곳으로 이어진 길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고적감에 젖기도 한다. 저기 누군가 멀리서부터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마치 떠났던 이가 돌아오듯이….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상주시 누리집. 한국학중앙연구원 누리집. 상주박물관, 옛 지도로 재현하는 '경상도 상주', 2015. 중동면지편찬위원회, 나루의 고장 중동,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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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촌 백강정의 전통 음식


회상나루 관광지에 들르면 반드시 주막촌 백강정에 들르기를 추천한다. 고기 완자 구이를 주찬으로 하는 오첩반상인 '뭉치구이정식'과 곶감 고추장을 곁들여 먹는 상주 비빔밥인 '부빔밥' 등의 메뉴가 이색적이다. 전통차, 발효차, 커피 등의 음료도 마련되어 있다. 곶감 보리개떡 만들기, 곶감 강정 만들기, 낙동강 오리알 빵 만들기 등의 체험과 상견례나 돌잔치 등의 행사도 가능하다. 백강정은 예약이 필수다. 예약 없이 방문할 경우에는 그날 준비된 음식만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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