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공화주의 검찰개혁론

  • 박진관
  • |
  • 입력 2020-07-15   |  발행일 2020-07-15 제26면   |  수정 2020-07-15
1948년 이후 형사사법권력
제도적으로 독점해온 검찰
시민 훼손된 자유 회복 위해
권력 견제·균형 속 법치실현
공화주의 단계 檢개혁 필요

2020071401000557900023451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지난 몇달 동안 한국 사회에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을 만한 강도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이 진행되었다. 일단 표면적인 갈등은 잦아든 시점이니, 지금쯤 검찰개혁의 기본 방향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 요구로 이 두 사람에겐 모두 검찰개혁이라는 공통의 과제가 주어져 있지 않은가.

1948년 이후 검찰은 대한민국의 형사사법권력을 제도적으로 독점해 왔으므로, 검찰개혁은 당연히 형사사법기구 전체의 개혁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국가주의, 자유주의, 공화주의의 단계로 나누어 그 개혁 방향을 검토해 보자.

검찰 권력의 압도적인 위세를 비판하느라 흔히 간과되지만, 사실 현재의 검찰 체제는 국가주의의 방향에서 기획된 측면이 있다. 도무지 친일 경찰을 신뢰할 수 없었던 해방 공간의 경우 국가법률가인 검사에게 형사사법절차의 모든 권한을 몰아주는 선택은 나름 합당성을 주장할 수 있었고, 권력자의 수족인 정보기관들이 형사사법권력을 휘두르던 개발독재 동안에도 검찰의 강화는 체제의 정상화를 뜻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의 과거청산을 검찰이 주도했던 것은 국가주의의 방향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검찰 권력이 정치 권력과 결탁하거나, 심지어 그 스스로 일종의 통치 권력화하는 현상이 벌어졌으며, 나아가 마치 그 자체가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정상적인 모습인 것처럼 내세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의 명백한 잘못조차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채 권력 향유에만 집착하는 듯한 검찰 특유의 조직 문화는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반감을 자아냈다. 피의자·피고인의 인권 보호와 방어권 보장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놓는 자유주의적 검찰개혁은 바로 이 대목에서 당위성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비검찰 출신인 문재인정부의 세 법무부 장관은 일관되게 이 방향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의적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그것이 최종적인 대안인지에 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대표적으로 형사피해자에 대한 무관심과 배제, 지나치게 법률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형사사법의 기구와 절차, 공동체의 분열과 해체에 따른 형사적 치유 역량의 상실, 바람직한 삶과 좋은 사회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의 약화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검찰개혁 담론에는 반드시 공화주의가 추가되어야 한다. 공화주의 검찰개혁은 피의자·피고인만이 아니라 피해자를 포함해 시민의 훼손된 자유를 회복하고 실현하는 것을 형사사법의 출발점이자 목표로 재확인한다. 방법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세심하게 고안하는 것과 끊임없는 긴장 속에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예컨대 제도적 측면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하게 구분한 가운데, 중앙과 지방의 수사기구들을 완전히 재설계하면서 피해자 변호인 제도의 확대와 기소배심의 시행까지도 고려할 용의를 가져야 한다.

공화주의는 법치 실현을 권력의 견제와 균형 속에서 이해한다. 법률전문가를 포함해 그 누구도 자의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와 시스템 속에서만 시민적 자유는 실현되고 또 전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화주의는 형사사법권력의 근저에 어떤 경우에도 시민적 견제력이 확보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법무부를 통한 검찰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지방검사장의 주민직선제 등을 통해서라도 시민적 견제력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오피니언인기뉴스

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