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좀비 학기'의 명과 암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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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6   |  발행일 2020-07-16 제26면   |  수정 2020-07-17
온라인강의 필수였던 학기
비대면수업에도 시험 치러
생각보다 상위권 많았지만
일부 학생 백지 가까운 답안
우려했던 학력격차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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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필자는 올해 1학기를 '좀비 학기'라고 이름 붙였다. 죽은 것도 아니요, 산 것도 아닌 좀비처럼 한 학기가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필자가 좀비를 떠올린 이유를 굳이 몇 가지 댄다면 다음과 같다. 전형적인 좀비 영화의 설정에서 인간이 좀비로 변하는 원인은 바이러스다. 지난 학기에 벌어진 모든 사건의 원인은 인간에게 최초로 침투한 바이러스로부터 기인한다. 한 학기 동안 필자가 근무하는 건물은 철저한 통제 아래에 텅텅 비어 있었다. 좀비가 지배하는 도시가 적막에 휩싸여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교수와 학생들이 야간에 활동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교수들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온라인 수업 준비에 깊은 밤까지 잠을 청할 수 없었고, 학교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생활리듬이 깨져 언제든 수강이 가능한 온라인 수업을 새벽 시간에 듣는 일이 다반사였다. 낮에는 무덤에서 잠을 자다가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는 초창기 좀비 영화의 문법이 영락없이 적용된다.

지난 '좀비 학기'에 필자의 소속 대학을 비롯한 대한민국 교육기관들은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했다. 감염의 위험 속에서 등교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강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과정이 되었고, 초중고생의 등교가 결정된 이후에도 수업의 상당 부분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죽음과 세금 이외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면 시험이 아닐까. 한 학기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현시점에 학생들의 평가 결과가 속속 윤곽을 드러낸다.

필자 역시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하는 시간을 마주했다. 필자가 속한 대학은 중간고사를 생략하고 기말고사는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진행했다. 학생들 사이에 사회적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강의실 의자를 재배치하고, 입실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준비할 일이 많았다. 드디어 한 학기 마지막 시간, 기말고사를 보러 온 학생들과 마스크를 낀 채 얼굴을 마주하며 느낀 감정은 참으로 기묘했다. 그야말로 만나자 이별이 아닌가. 기말고사를 무사히 마친 후 학생들의 보고서와 시험지를 살피며 안도감과 당혹감이 혼재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예상보다 상위권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수가 많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온라인 수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강의 내용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낸 백지에 가까운 답안들을 보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 온라인 수업 초창기에 우려되던 학력격차가 바로 이것이구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고교 중간고사에서 상위권 학생들은 예년 성적을 유지한 데 비해 중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하위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상위권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다. 더군다나 사교육 혜택을 받거나 부모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수업이 시행되어도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취약 계층 학생들은 대면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학습에 도움을 받는 부분이 큰데, 비대면 수업에서는 수업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담당한 과목에서 가장 크게 성적이 하락한 것으로 판단되는 그룹은 외국인 학생들이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비대면 수업은 추가적인 부담이 되었으리라. 온라인 수업을 통해 대면 수업 못지않은 교육적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인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를 심화시키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 이것이 필자가 '좀비 학기'를 마치며 확인한 온라인 수업의 희망과 한계다.
김진웅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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