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카톡해' 시대 화자들의 언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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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3   |  발행일 2020-08-13 제26면   |  수정 2020-08-13
문자 표현은 감정 전달 한계
부드러움·친밀 표현 위해서
'ㅁ·ㄴ·ㅇ' 자주 첨가하기도
규정 맞지 않고 어색하지만
성공적인 대화 의도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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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주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강의초빙교수

요즘은 직접 만나 대화하거나 음성으로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보다 카카오톡 등의 모바일 메신저 앱을 통해 대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 같다. 모바일 메신저 앱 중 카카오톡은 2019년 4분기 기준 한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96%를 차지하고 있고, 국민의 95% 이상이 모바일 메신저 앱으로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전화해'나 '문자해'라는 말보다 '카톡해'가 더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카카오톡 대화는 문자로 이루어지지만 일상 대화하듯이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입말과 글말의 특성을 모두 가진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문자로 이루어지는 대화이기에 면대면 대화와는 차이가 있다. 면대면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 억양이나 소리의 높낮이 등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이나 숨겨진 의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사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 대화는 문자나 기호로 이뤄져 표정·억양 등 감정이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언어적인 표현들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 면대면 대화에서는 '해 줘'라는 말을 할 때 부드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말하면서 문장의 끝을 조금 길게 빼는 방식으로 친밀하면서도 부드럽게 요청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반면 문자로 이루어지는 카카오톡 대화에서는 '해 줘'라고만 하면 상대방이 너무 강하게 요구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무례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카카오톡 대화에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전달하고 친밀감을 표현하면서 부드럽게 의사를 표현하려고 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 장치로 흔히 쓰는 것이 물결표 '~'를 문장 끝에 붙이거나 웃는 모습을 나타내는 '^^' 등이다(40대 필자의 경우는 그렇지만 세대나 성별, 대화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장치는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기호나 이모티콘 외에도 문장 끝에 ㅁ, ㄴ, ㅇ 등의 소리를 첨가하여 부드러움과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나한테도 알려 ㅈㅝㅇ' '다음에 만나욤' '주말 잘 보내세욘'과 같이 문장 끝에 울림소리를 첨가하는 것이다. ㅁ, ㄴ, ㅇ은 소리를 만들 때 콧속을 울려 나는 소리라서 음성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이 ㅁ, ㄴ, ㅇ을 자주 첨가하는데, 이런 소리들이 귀여움, 친밀감, 부드러움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네'를 '네에' '좋다'를 '좋다아'와 같이 쓰는, 같은 모음을 반복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또한 여성들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많이 관찰되는데, 이는 문장 끝을 조금 늘이는 여성 특유의 억양을 반영하면서 친밀한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 글을 보고 '나는 문장 끝에 ㅁ, ㄴ, ㅇ 안 쓰는데, '네에'라고 길게 쓰지도 않는데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나도 이렇게 써야 하나' '저렇게 쓰는 건 틀린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을 쓰라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성공적인 대화를 위해 사용하는 여러 방법들이 있을 수 있고, 그 방법들 중의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규정에 맞지 않고 어색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는 여러분과 대화를 잘 해 보겠다는 상대방의 의도가 담겨있음을 이해하면 좋겠다.
홍미주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강의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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