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각자무치

  • 원도혁
  • |
  • 입력 2020-08-15   |  발행일 2020-08-15 제23면   |  수정 2020-08-15

평소 TV 보기를 즐기지는 않지만 뉴스는 반드시 본다. 그리고 영화·다큐멘터리를 잘 본다. 천기누설·엄지의 제왕 같은 프로그램도 좋아하는데 인간의 수명이나 삶의 질, 생존 방식과 관련된 내용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야생동물의 생존과 적응, 사멸 과정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초식동물인 코뿔소나 들소는 뿔을 무기로 지녔다. 이 뿔로 육식동물인 사자나 표범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킨다.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인 셈이다. 반면 사자·표범·호랑이 같은 육식동물은 뿔이 없지만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있다. 그 이빨과 발톱으로 초식동물을 사냥해 생존한다.

예부터 '각자무치(角者無齒)'라고 했다. 뿔을 지닌 동물은 날카로운 이빨이 없다는 말이다. 각자무치라는 말은 '한 사람이 재주나 복을 다 가질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자연계의 섭리라고 할까. 코뿔소나 들소처럼 방어무기로 뿔을 지닌 동물은 날카로운 치아까지 지니고 있을 필요가 없다. 사자나 표범은 뿔이 없는 대신 다른 동물을 죽일 수 있는 날카로운 치아가 있어 사냥을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야생의 세계에서 뿔도 있고, 날카로운 치아도 있는 그런 동물은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면서 행복을 원한다. 행복해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다들 부(富)를 꼽는다. 하지만 재산의 축적에 대해서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해석이 공존한다. 각자무치이듯이 조물주께서 인간 개개인에게 재주와 복을 한꺼번에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돈 버는 재주, 성공하는 재주를 지녔는데 운까지 좋은 사람이 없지 않다. 불공평해 보인다. 반면, 재주도 없고 운도 복도 없는 사람도 있다. 재주와 복이 겹치는 금상첨화(錦上添花)는 언감생심, 결코 희구해서는 안 되는 넘치는 것이다. 재앙이 겹치는 설상가상(雪上加霜)만 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주나 복, 둘 중에 하나라도 지녔다면 천만다행(千萬多幸)이라 생각하자. 천만다행만 해도 충분한 축복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오피니언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