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산행가 김기영·허향씨, 올 들어 51번째 산행…"남편과 대화 나누며 건강도 챙겨"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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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8   |  발행일 2020-10-28 제11면   |  수정 2020-10-28
"눈치 볼 일행 없이 쉬엄쉬엄
정담 나누다 보면 어느새 정상
산행은 인생에서 최상의 희열"

허향부부
지난 5월25일 제주도 한라산에서 김기영·허향씨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허향씨 제공>

지난 1월19일 충북 영동 민주지산을 시작으로 9월13일 51번째 경남 거창 오도산까지 한국의 아름다운 산하를 함께하는 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김기영(53·대구시 북구 태전동)·허향(49)씨 부부.

지난 13일 부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행에 나섰다. 올들어 51번째 산행을 시작하는 날 아침이다. 간단한 도시락과 음료수를 챙겨서 집을 나선다. 산행지는 거창 오도산. 이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부인 허씨가 운전대를 잡는다.

허씨 부부가 일년에 몇 번 정도 가던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이제 건강도 챙겨야 할 나이. 남편은 동반자이자 친구이며 단짝이라 끝까지 손잡고 함께 가야 한다.

"당신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구나." 평소에도 장난기 많은 남편이 3년 전 숨이 차서 헉헉거리며 산을 오르면서 하던 우스갯소리다. 그날들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은 누구보다 가뿐하게 산행을 즐긴다.

부부 둘만의 산행은 승용차 열쇠 하나 들고 길을 나서면 된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고 자녀들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평소 하기 어려운 부부만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바쁜 일상에 대화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산행을 계기로 대화의 시간이 늘어났다. 산행장소도 미리 정하지 않고 출발하면서 검색하고 파악해 행동으로 옮긴다.

부부산행의 장점이라면 눈치 볼 일행 없이 쉬엄쉬엄 오르내리며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경치도 감상하고, 야생화 구경도, 개울물 따라 떠내려가는 낙엽도, 나뭇가지에 달린 열매도 살펴보면서 여유를 가지고 산행을 즐긴다.

51회 동안의 산행에서 에피소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월27일 부부는 눈 덮인 월악산 정상 영봉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코로나 극복 응원의 메시지를 큰 소리로 외쳤다. 옆에서 듣고 있던 중년의 한 등산객도 정상 표지석을 두 손으로 잡고 함께 염원해주었다. 3월8일 김천 황악산 정상에서 만난 덩치 큰 염소 덕분에 정상에서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 못한 적도 있다. 염소는 "음매~ 매" 하면서 먹이를 달라고 따라다니기까지 해 황당했다. 오대산은 갈 때마다 공교롭게도 입산이 금지되어 3번이나 실패하여 아쉬움이 많다. 한 해가 저물기 전에 산행하리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허씨는 "봄에는 꽃, 여름에는 물과 계곡,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계절 따라 바뀌는 산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재미야말로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희열"이라며 산행의 매력을 귀띔해 준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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