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劇場 소설기법의 인물스토리] 30년차 반려견 훈련사범 김경호(2) "野生이 충성 맹세할 때 짜릿한 희열…미지의 영역 1%, 나도 두렵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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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20-11-27  |  발행일 2020-11-27 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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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과의 수많은 '밀당' 속에서 그들만의 언어를 육감으로 감지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은 내 목청의 고저장단을 모스부호처럼 감지해낸다. 내 손짓이 뭘 의미하는 건지도 안다. 반려견이 인간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익힐 7가지 기본 훈련동작을 그들의 유전자 속에 각인시켜준다.


항공편을 통해 데려오려고 하면 일반 승객보다 항공료가 두 배 더 비싸다. 한국에 와도 바로 견주를 만날 순 없다. 군견이거나 경찰견이거나 6개월 정도 형편과 처지에 맞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야생마를 길들이는 카우보이처럼 나도 이역만리에서 나와 무관하게 성장한 한 야생(野生)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 필설로 말할 수 없는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그 보람과 뿌듯함 때문에 힘들어도 내 길을 마치 중독과 때론 최면처럼 가는 것이다. 지난해 4월28일 한국애견협회 주최 독일 셰퍼드 본부전이 열렸는데 내가 찜한 저먼 셰퍼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리코(수컷)'가 대상을 차지했다. 당연히 전국 견주들로부터 교배순위 1위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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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씨가 2년전 독일 올덴브루그에서 발탁해 국내로 데려온 출중한 기량의 저먼 셰퍼드 '리코'. 지난해 한국애견협회 품평전에서 1등을 차지해 견주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고 있다. 잘 익은 대춧빛이 감도는 동공과 너무나 윤이 나는 갈색 털이 인상적이다.

태권도사범과 훈련사범
한때는 태권도로 전국대회 명성
셰퍼드의 매력에 빠져 지금의 길
반려견에 대한 인식 없었던 시절
경비견훈련소에서 스틱 휘두르니
동물학대로 오인, 신고 해프닝도

◆한때는 잘나가던 태권도 사범

나는 흑돼지로 유명한 김천시 지례면에서 태어났다. 17세 때 가족이 대구로 이사를 온다. 나는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었다. 경북공고에 들어갔다. 나는 태권도 유단자였다. 전국대회에서도 나름 기량을 인정받는다. 당시 시내에 있던 영광프로태권도 소속으로 사범생활도 했다. 그런 어느 날 대구 1세대 반려견훈련 전문가 겸 태권도 기술위원장이었던 이정구 선배를 통해 셰퍼드란 묘한 세상을 체험하게 된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타계했다. 집안은 가난했고 운동만 해선 미래가 없을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네 집개들이 툭하면 이유 없이 죽었다. 그 이유를 가르쳐 주는 전문서적도 전문가도 없던 시절이었다. 개 장염의 일종인 치명적인 파보바이러스 탓일 수도 있다는 걸 훗날 알게 된다. 어쨌든 이 선배를 통해 나는 천연기념물인 진돗개·풍산개·삽살개와 한국 토종인 경주개 동경이와 제주개도 주시하게 된다. 하지만 셰퍼드는 나를 무장해제시켜 버렸다. 셰퍼드는 내겐 '신천지'였다. 셰퍼드는 '만능견'이라는 세인의 평가답게 나를 너무나 감동시켰다.

입대해서는 여단장 관사의 진돗개를 잘 조련시켜주었다. 제대를 했다. 당시만 해도 반려견 문화는 부재했다. 당시 대명동, 화원, 고령, 칠곡 등 지역 몇 곳에 반려견 훈련소가 있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더 이상의 비전을 찾기 어려웠다. 상경해 한국경찰견학교에서 6개월 훈련사 과정을 거친다. 훈련사의 길도 아득하다. 처음은 견습생이다. 불교로 본다면 행자승 시절 같다. 다들 이 길이 멋있어 보여 덤벼들지만 올곧게 가는 친구는 별로 없다. 그동안 내 문하를 거쳐 간 제자는 얼추 100여 명. 현재 내 캠프에 세 명의 스태프가 있다. 25년차 김명수 소장, 10년 구력의 김민우 팀장, 그리고 애견대학을 졸업한 후 3년차 도제식 수업을 받는 윤태수가 있다.

스타의 길과 현장의 길
전국훈련경기대회 9차례 大賞차지
MBC기인열전 왕중왕전 최후 1인
훈련시킨 경찰견·군견 현장 활약
영화·드라마 제작자 숱한 러브콜

◆1995년 대구경비견훈련소

1995년이 밝았다. 나는 대구경비견훈련소를 차렸다. 반려견에 대한 제대로 된 문화적 인식이 부재한 시절이었다. 내가 훈련을 위해 소프트스틱을 휘둘러도 그것을 동물학대로 신고하는 주민도 있었다. 범인을 제압하는 훈련 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슬리브'란 이름의 두툼한 보호장구를 한다. 그리고 일사불란한 명령을 위해 채찍처럼 생긴 스틱을 잡는다. 잘 훈련된 애들은 시도 때도 없이 물지 않는다. '물어'란 명령이 떨어질 때만 범인을 향해 덤벼든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무질서의 반려견이 질서를 가질 때 나는 비로소 세상 사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된다.

초창기에는 나만의 존재감이 턱없이 없었다. 일단 큰상을 받는 게 급선무라 여겼다. 96년, 97년 등 한국애견협회가 주최한 잇단 전국훈련경기대회에서 무려 9차례나 대상을 차지한다. 그보다 더 영광스러운 상이 있었다. 98년 MBC 기인열전을 장식한 수많은 반려견 전문가들과 왕중왕전을 치렀는데 내가 최후의 1인이 되었다. 나는 꽤 유명해진다. 덕분에 계명문화대 동물산업과 겸임교수, 한국애견협회 훈련사회장도 될 수 있었다. 현재는 한국애견협회 대구지회장으로 있다.

언젠가부터 TV에서도 반려견 전문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덩달아 스타급 반려견 행동심리전문가들이 부각된다. 나는 방송보다는 필드(현장) 체질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캐릭터를 눈여겨본 여러 매체의 제작자들이 수시로 러브콜한다. 영화 '마약왕',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한 군주' 등에도 노출된다.

올해는 특히 의미 있는 해였다.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자문위원으로 위촉을 받았다. 내가 훈련시킨 적잖은 경찰견·군견이 전국 각처 현장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들은 내 제자다. 그들이 잘하면 나도 모르게 으쓱해진다. 그럴 땐 나도 경찰관·군인이 된 것 같다.

인간과 동물 사이
무질서가 질서 가질 때 뿌듯하지만
진짜 야성은 인간과 공존이 어려워
혼란 겪는 견주들의 동반자 되고파


◆아직 변방의 반려견

아직 우리는 반려견의 변죽만 울리고 있다. 인간에게 오욕칠정이 있듯 저 친구들한테도 감정이 있다. 인간은 문명을 만들지만, 반려견은 그 차원까지 가지 못한다. 그 점만 다를 뿐 다른 건 너무나 비슷한 구석이 많다.

입문한 지 30년이 지났다. 이제 겨우 반려견의 세계에 입문한 것 같다. 다 안 것 같은데 마지막 남은 반려견 돌출변수 1%. 그 영역을 인간이 결코 알 수 없다. 다라고 예외는 아니다. 저 친구들을 많이 알수록 두려움도 병행한다. 돌발사태로 인한 사고에 항상 예측불허다. 견주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혀 안락사시켜야 할 사냥견도 내가 맡아 훈련을 시킨다. 하지만 저 친구가 제 자리로 갈 건지 아니면 인간과 작별을 해야 하는지 쉬 판단이 서지 않는다.

진짜 야성(野性)은 인간과 공존이 어렵다. 그걸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야성이 견주를 위한 복종심으로 변해야만 야수(野獸)는 비로소 인간의 범주에서 선순환할 수 있다. 그게 '가축'이고 그 가축이 인간과 동격의 공감대를 형성할 때 가족의 연장인 반려견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문화 수준은 개의 범주를 넘어섰지만, 아직 반려견 시대를 열기엔 부족함이 많다. 고독하고 외로운 인간들이 선택한 반려견이다. 하지만 이 독특한 야성이 과연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에 잘 대응할 건지는 영원한 미지수다.

나는 그 지상 명령에 대답해야만 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 나의 지난 세월은 그간 소통의 다리를 가설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 같다. 한때는 태권도 사범의 삶을 살뻔했다. 하지만 난 스포츠와 애완동물 선택의 기로에서 동물을 선택했다.

현재 나는 세군데 캠프를 운영한다. 셰퍼드 등 대형견 전문 훈련장을 갖춘 '김경호애견스쿨', 실내견 행동교정을 전문으로 하고 애견운동장과 애견호텔을 갖춘 '벗 아카데미', 그리고 칠곡군 왜관읍에는 나이 든 반려견 등을 위한 '프렌드 도그파크'다. 세 캠프에 머무는 60여 마리의 반려견. 저마다 다른 사정을 안고 캠프로 들어온다. 어떤 친구는 군·경견이 되기 위해, 또 어떤 애는 아파트에 사는 견주 사정 때문에 평일에는 여기서 떨어져 지낸다. 무슨 직업병인지 나는 휴일이 없다. 그리고 반려견과 멀어지는 퇴근도 없다. 저 친구들을 보호 케이지에 홀로 남겨두고 퇴근할 맘이 생기지 않는다. 가족들과도 떨어져 팔공산 자락 애견스쿨에서 잠을 청한다. 이건 정말 팔자라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저들도 고독하고 나도 고독하다.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는 유별스럽게 야심한 밤이 있다. 그도 깨어 있고 나도 깨어 있다. 나는 팔에 슬리브를 착용하고 그를 잔디광장 복판에 불러놓고 미발현된 야성에 불을 지펴준다. 태곳적부터 축적된 육중한 야성이 내 몸으로 지진처럼 전해진다. 원시의 기운이다. 저 기운은 인간사회와 공감될 수는 없다지만 단 둘만 있을 때는 맘껏 분출시켜준다.

◆김경호의 생각들

야생의 본능은 인류문명과 갈등을 빚는다. 갈등의 야생이 인간의 일상에 편입되면 비로소 가축으로 변모를 한다. 동물의 세계도 야생동물과 가축으로 양분된다. 야성 가득한 늑대. 그건 길들여지지 않아서 영원히 자연산이다. 아무리 빼어난 훈련사도 그를 제압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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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씨는 대한애견협회 주최의 유수한 경연대회에서 무려 9번이나 1등을 차지해 저먼 셰퍼드 등 대형견 훈련사의 신지평을 열어왔다. 특히 1998년 쟁쟁한 훈련사들이 기량을 겨루는 MBC 기인열전 왕중왕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200여개의 상패를 품고 있다.

사람도 독특한 동물이랄 수 있다. 견주들이 선호하는 견종 리스트도 자꾸 업그레이드된다. 초창기에는 정말 장난감 같은 한국 대표 실내견, 이를테면 마르티즈, 푸들, 스피츠, 포메라니안 등에 뻑 간다. 하지만 그 오밀조밀한 애들을 벗어나면 너무나 친절한 금자씨 같은 친구가 미소를 짓는다. 골든 리트리버다. 넘실대는 멋진 털과 특유의 친화력 때문에 좋아하긴 해도 누구에게나 친절해 나중엔 너무 '지조없는 애'가 아닌가 싶다. 그럼 패를 바꿔 진돗개로 넘어간다. 이 친구도 변화난측이다. 어릴 때는 곧이곧대로 말을 잘 듣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야생의 본능이 증폭돼 견주를 물기도 한다. 그걸 경험하면 충복스럽고 카리스마가 있는 대형견에 매료된다. 도베르만이나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애지중지했던 케인코로소, 프렌치불독 등을 만나다가 마지막에 만나는 친구가 바로 셰퍼드다. 산전수전 다 겪고 나만의 산책길, 그런 로망의 60대 은퇴자에게 셰퍼드는 정말 반려견을 넘어서 '반려자'로 승격된다. 특히 여성성이 더 깊어지는 남성들에겐 최고의 친구가 돼준다. 하지만 그들을 그럴 정도로 다루려면 유럽의 반려견 전문 클럽하우스 같은 곳에서 반려견 인문학부터 습득해야 한다. 견주가 이끄는 동행이 아니면 '악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아직 제대로 된 견주의 자격을 배우는 기초반려견학교 정도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각한 뒤 반려견을 입양하는 게 아니라 입양부터 해놓고 안절부절못하고 허둥대는 견주들이 수두룩한 것 같다. 나도 그들과 인연이 된다면 반려견과의 동행에 여러 도움을 주고 싶다. 010-3537-6224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김경호 약력
△한국애견협회 대구지회장 △한국애견협회 전람회 및 훈련심사위원 △MBC·KBS·SBS 등 TV 30회 출연 △전국훈련경기대회 9차례 대상 △독일·중국·일본 등 수십개국 견학 및 연수

△MBC 기인열전 왕중왕전 우승 △계명문화대학 동물산업과 겸임교수 역임 △한국애견협회 훈련사회장 역임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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