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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는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 기자 위르겐 슈미더가 2011년 출간한 거짓말에 대한 고백록이다. 40일 동안 거짓말 한마디도 안 하기에 도전한 저자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친구의 비밀을 폭로해 얻어맞기도 하고 정직하게 소득을 신고해 세금 폭탄을 맞는가 하면, 아내가 만든 음식을 "토할 정도로 맛이 없다"고 혹평했다가 이혼 위기를 맞기도 했다. 슈미더 기자는 "'40일간 거짓말 안 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불가능한 일인가를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슈미더의 고백대로 거짓말 하지 않고 사는 건 불가능하다. 선의의 거짓말은 때론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마음에 없는 덕담은 사실상 거짓말이지만 순기능이 더 크다. CIA 비밀공작원 출신 메리앤 커린치가 쓴 'The Truth'는 '진실을 읽는 관계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방법론을 다룬 책이다. 이런 아류의 저술이 왜 나올까. 거짓말이 일상화됐다는 방증이다. 거짓벽(癖)이란 낱말의 의미처럼 우리는 거짓말하는 습성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하멜 표류기'엔 "조선인은 거짓말을 잘하며 속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유독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한다고? 동의하기 어렵다. '거짓말 유전자'는 인종·민족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에게 심어진 공통 인자(因子)로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심리학계의 석학 폴 에크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성인의 경우 하루에 200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일상의 소소하고 하찮은 언설까지 포함한 통계이긴 하지만 하루 종일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얘기다.
'We all lie'. 2018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엔딩곡이다. 거짓말이 일상이 된 세태를 농밀하게 녹여낸 아포리즘이기도 하다. 그렇다. 우린 모두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의 거짓말과 저잣거리 잡배나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내뱉는 거짓말의 무게와 파장이 같을 순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부렁은 사법부의 신뢰를 실추시켰다. 재판정은 기망과 진실이 다투는 현장이며 법관은 진위를 가려내는 판관이다. 법관의 영수(領袖), Chief Justice의 거짓말이 더 고까운 이유다. 역시 거짓말엔 녹취파일이 쥐약이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녹취가 야비하긴 했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거짓말이 문제였다. 아들 병가 의혹을 "소설 쓰시네"로 받아칠 게 아니라 차라리 "모정의 발로"였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인간에게 내재된 거짓말 유전자, 공직자라고 예외일 리 없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와의 추문이 불거졌을 때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며 잡아뗐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대통령은 처음부터 오리발로 일관했다. 닉슨은 무려 1년 동안 거짓말을 하면서 사건 은폐를 획책했다.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서신에도 사위(詐僞)에 빠진 관료의 민낯이 드러난다. "고관대작이라도 그들이 하는 말을 공평하게 검토해보면 열 마디 중 일곱 마디가 거짓이더구나."
대선 후보와 공직자들의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도 결과적으로 거짓이 되지 않았나. 그 피해와 재정적 손실의 덤터기는 대구경북민이 뒤집어써야 할 처지다. 꼴찌 등급을 받았던 가덕도 신공항이 재추진되는 등 후과(後果)도 심대하다. 공직자의 거짓말이 국민에 끼치는 폐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공직자의 '거짓말 유전자' 작동을 멈추게 할 묘수는 없다. 엄중히 책임을 묻는 방법 말고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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