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부모가 된다는 것

  • 박재민 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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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4 07:49  |  수정 2021-04-14 08:09  |  발행일 2021-04-1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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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언젠가 아내가 딸에게 "오늘 뭐 먹고 싶니?"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딸은 "김치볶음밥"이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요즘 아이들은 편식 때문에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딸아이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먹는 음식인 것 같다.

오늘도 얼마 전 담근 배추김치와 함께 몇 가지 반찬을 두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배추김치의 이파리 부분만 남아 있고 줄기 부분이 거의 없어진 것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딸아이가 배추김치의 줄기 부분을 집중 공략하면서 이파리 부분만 남은 것이다.

나도 어릴 때 배추김치를 먹다 보면 줄기 부분을 먼저 먹고는 했다. 아마도 매운 양념들이 이파리 부분에 많이 있어서 먹기에 겁이 났던 것 같다.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딸아이의 식성을 보고 '나를 닮았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도 나는 줄기 부분을 선호했다. 하지만 딸아이가 줄기 부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강제로 양보를 당하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나의 부모님은 어린 시절 나를 보면서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여쭤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부모님을 닮았다면 지금 상황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처럼 자식이 잘 먹어주니 감사한 마음에 남은 부분을 젓가락으로 집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어령·이재철 선생이 쓴 '지성과 영성의 만남'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어른이 되느냐 노인이 되느냐는 나를 더 생각하느냐, 아니면 남을 더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남을 위한 마음을 키우는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도 나보다 더 자식을 생각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뉴스를 통해 자신밖에 모르는 부모들 사건으로 사회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가. 비단 그것은 부모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스승, 정치인, 우리가 사회에서 리더라고 말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어른들이 자기를 먼저 생각할 때부터 시작된다. 지금 우리는 진정한 부모,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박재민 <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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